[스토리발리볼] 통계로 확인된 외국인선수 중심 배구와의 작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7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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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배구를 앞두고 마지막 5,6라운드 스퍼트에 들어간 2018~2019시즌 V리그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인다. 차츰 커지는 토종선수들의 역할이다.

그동안 외국인선수의 활약이 우승의 큰 변수였고 대부분 사령탑도 그것을 기대해왔던 V리그였지만 이제는 토종선수들의 역할분담이 점차 승패에서 중요한 역할로 자리를 잡는 추세다. 이번시즌 남녀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1월18일 4라운드 종료시점 기준)을 과거와 비교해보면 변화의 흐름은 확실하다.

남녀 13개 구단의 외국인선수는 각각 35.16%와 30.62%의 평균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남녀 모두 2014~2015시즌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점유율이 역대급에 근접하는 수치로 떨어졌다. 2014~2015시즌 남자는 44.13%, 여자는 47.45%의 역대 최고의 평균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유일한 2시즌 연속 50%대 공격점유율 선수는 레오와 조이스

2014~2015시즌은 여자부가 자유계약으로 외국인선수를 뽑았던 마지막 시즌이었다. KGC인삼공사의 조이스는 무려 54.56%라는 엄청난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조이스는 2013~2014시즌에도 54.46%의 공격점유율을 올려 2시즌 연속 50%를 넘긴 유일한 여자 외국인선수다.

삼성화재의 레오도 같은 기간 59.87%~56.66%를 마크했다. 역시 남자부 유일한 2시즌 연속 50%대 공격점유율 기록선수다. 레오의 시즌 공격점유율은 남녀 합쳐 역대 외국인선수 공격점유율 1,2위다. 그만큼 한 선수에게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집중할 정도로 이들의 능력도 좋았지만 공격을 나눠가질 빼어난 토종선수가 모자랐다는 공통점도 있다. 또 스피드보다 높이에 방점을 뒀던 대전 연고 두 팀 사령탑의 배구철학도 기록적인 수치를 만들어냈다.

팀의 에이스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분업화배구를 낮춰서 표현하는 몰빵배구는 2014~2015시즌을 정점으로 차츰 사라지고 있다. 여자부는 지나치게 과도한 외국인선수의 몸값과 공격의존을 줄이려고 시도한 트라이아웃제도 도입 이후 점유율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2015~2016시즌부터 공격점유율이 30%대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 시즌은 30.62%로 급격히 낮아졌다.

●왜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공격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졌나?

2018~2019시즌 여자부는 외국인선수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6~2007시즌(22.09%)과 2007~2008시즌(19.10%), 2010~2011시즌(27.22%)에 이어 역대 4번째로 공격점유율이 낮은 시즌이다. 그만큼 토종 선수들의 역할이 커졌다. 또 도로공사 이바나, KGC인삼공사 알레나의 부상, 중도 퇴출된 현대건설 베키의 부진 등이 통계수치에 영향을 줬다.

이밖에 흥국생명~GS칼텍스~도로공사는 각각 이재영~이소영~박정아 등 때로는 외국인선수 이상의 역할을 해주는 토종선수 덕분에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많이 떨어트렸다. IBK기업은행도 김희진이 있지만 공격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들블로커여서인지 어나이의 공격부담(44.51%)이 다른 팀의 외국인선수보다 눈에 띄게 높다. IBK기업은행은 V리그 데뷔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의 알레시아(49.04%) 이후 어나이의 공격점유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여자부 모든 팀들이 외국인선수에 의존하는 배구에서 벗어나 토종선수들과의 결합 혹은 토종들만의 다양한 공격을 통해 점수를 만드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여자배구에 많은 팬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긍정적인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자유계약제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부터 공격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새로 사령탑에 올랐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업템포 배구를 시도한 시기와 일치한다. 높이 대신 스피드에 방점을 둔 다양한 형태의 싱크로나이즈 공격(일명 스피드배구)은 다른 팀에게도 영향을 줬다.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된 외국인선수들이 이전까지의 특급선수들에 비해 높이와 파괴력이 떨어지자 토종선수들이 점차 경쟁력을 갖춰가며 새로운 득점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이런 변화는 현대캐피탈에서 시작해 지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에서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물론 KB손해보험의 알렉스의 부상 결장, 한국전력 아텀의 부진과 조기퇴출 이후 외국인선수 없이 토종으로만 시즌을 꾸려나가는 점도 공격점유율 수치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못한 만큼 토종선수의 역할증가가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토종선수와 외국인선수의 적절한 공격분담이 V리그의 대세로 정착한 가운데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높은 공격점유율(49.52%)에 팀의 승패를 걸고 있다. 봄 배구를 앞두고 상대팀 감독이 가장 꺼려하는 이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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