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 후유증은 아직 진행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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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동 경기가 완전 바닥입니다. 문 닫은 점포도 많고….”

일요일인 20일 오후 경남 밀양시 중앙로 114(가곡동)의 한 식당. 여주인 박모 씨(65)는 썰렁한 홀에서 텔레비전을 보다 “옛날엔 병원과 장례식장을 다녀가는 사람들로 붐볐는데…”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병원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 26일 오전 7시 반경 대형 참사가 났던 밀양세종병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1층 응급실 천장에서 시작된 이 병원 화재로 45명이 숨지고 128명이 다쳤다. 경찰은 합선에 의한 화재로 결론 내렸다. 특히 방화문이 허술해 유독가스와 연기가 순식간에 병원 2∼6층, 다리로 연결된 요양병원으로 번져 피해가 컸다.

1년이 지난 현재, 병원 정문과 응급실 출입문 주변은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적막감만 감돌았다. 박 씨는 “세종병원과 장례식장(국화원)이 문을 닫은 데다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더 어렵다. 근처 편의점도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밀양역 인근인 세종병원 주변의 점포 가운데 상당수는 임대를 내놨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과 월세, 연락처를 적어 내붙인 곳도 있었다. 한 점포의 주인은 “인근 금융기관뿐 아니라 약국 등 세종병원 사고의 ‘유탄’을 맞은 곳이 많다”고 전했다.

세종병원 참사가 남긴 유족들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 희생자 가운데 병원 측과 보상 합의가 되지 않은 5명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합의를 봤지만 40명 중 14명은 보상금(평균 30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밀양시가 유족들에게 5억1500만 원을 우선 지급했다. 세종병원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종병원 건물 등 재산은 주거래 은행과 건강보험공단 등 채권자들이 가압류한 상태다. 병원 직원들도 급여를 받기 위해 가압류를 했다.

밀양시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는 유족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박모 씨는 “1년 전 어머니를 잃고 지옥 같은 세월을 보냈다. 당시엔 정부와 경남도, 밀양시가 국가적 참사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지금은 무관심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족들도 보상 관련 의견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밀양시는 “‘사회재난담당’이라는 별도 조직까지 만들어 유가족과 부상자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화재예방 전기시설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2시엔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종병원 현장에서 유족, 밀양시를 비롯한 기관단체,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유족협의회 주관으로 추모제도 연다.

밀양시는 지역상권 활성화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가곡동 일원 20만2000m²에 대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일 주민공청회를 시작으로 시의회 의견 청취, 국토교통부 공모사업 신청을 거쳐 3월 말 정부사업에 포함되도록 힘을 쏟는다. 사업비는 250억 원이다. 인프라 개선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이 병원 관계자들은 재판을 받고 있다. 손모 재단이사장(57)과 우모 행정이사(60), 김모 총무과장(39) 등 3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석모 병원장(54)과 밀양시 보건소공무원, 대진(代診) 의사 등은 불구속 기소 또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1일 예정되어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가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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