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풍경]‘추억을 잡고 있는 안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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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트로는 새로운 것(뉴·new)과 옛것(레트로·retro)을 합친 말입니다. 복고를 새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새 의미를 찾는 새 트렌드입니다. 인천 구석구석에 온전히 살아있는 과거를 현대 감각으로 되짚어 봅니다. 》


우리는 한때 지붕마다, 옥상마다 안테나라는 ‘문명’을 세워놓고 살았다. TV를 보려면 안테나로 공중에 날아다니는 전파를 잡아야 했던 시절이었다. TV 안테나는 재력의 가늠자이기도 했다. 그것만 보고도 ‘저 집엔 TV가 몇 대 있구나’ 혹은 ‘몇 가구가 살고 있구나’를 판단할 수 있었다. 안테나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도둑을 불러들이는 표적이기도 했다. 전파와 안테나의 방향이 맞아야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비바람 부는 날이면 대나무에 걸린 안테나가 흔들렸고 안방 TV 화면도 흔들렸다. 가족 중 누군가는 지붕에 올라가야 했다. “어때? 잘 나와?”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며 아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방에선 맞고함이 터져 나왔다. “좋아요. 아니, 아니 조금만 더….” 지금도 어느 집 지붕에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안테나가 세워져 있다. 솟대처럼 솟은 그 안테나의 방향은 멀리 추억을 향해 있다.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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