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서울→경남’ 베테랑 곽태휘, “이적까지 사흘…제2의 경남돌풍 기대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14일 05시 30분


친정 FC서울을 떠나 도민구단 경남FC 유니폼을 입기까지 사흘이면 충분했다. 경남과 2년 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는 최근 경남 함안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자신의 모든 걸 쏟아 경남의 도약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함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친정 FC서울을 떠나 도민구단 경남FC 유니폼을 입기까지 사흘이면 충분했다. 경남과 2년 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는 최근 경남 함안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자신의 모든 걸 쏟아 경남의 도약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함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새로운 인생을 열기까지 딱 사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축구인생의 전환점, 그것도 친정과 기약 없는 이별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하지만 선택까지 마냥 시간을 끌지 않았다. 이적 제의를 받고 최종 협의에 이르는데 70여 시간이면 충분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K리그 베테랑 중앙수비수 곽태휘(38)는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새로이 둥지를 튼 곳은 도민구단 경남FC. 지난해 경남은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며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절대 1강’ 전북 현대를 위협했고,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등 전통의 명가들보다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 도전장을 내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4강 이상을 목표로 내건 김종부 감독과 경남 구단은 이적시장 초입부터 활발하게 움직이며 알짜배기를 대거 흡수했다. ACL 출전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국내·외 무대를 오가는 혹독한 스케줄을 위해 경남은 뒷문 보강에 주력했고, 이 과정에서 FC서울과 계약이 만료된 곽태휘를 품었다. 당초 플레잉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출발하려 한 곽태휘가 서울 구단으로부터 뚜렷한 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경남이 강력한 러브 콜을 보냈다. 그것도 계약기간 2년을 제시, 곽태휘에게 “난 아직 쓸모 있는 선수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현역 은퇴를 고민하는 시점에 믿음과 신뢰를 계속 보이는 팀은 선수에게 정말 대단한 힘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괌에서 시작된 동계전지훈련에 앞서 경남 함안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최근 만난 곽태휘는 “얼떨떨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기회가 열렸음은 충분히 긍정적이다”며 “프로에 입문하며 나이 마흔까지 현역으로 뛰자는 목표를 이루게 됐다. 경남에 내 경험이 긍정적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모든 걸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남FC 곽태휘. 스포츠동아DB
경남FC 곽태휘. 스포츠동아DB

-밖에서 본 경남은 어땠나.

“경남이 지난해 시즌 초부터 상승세를 탈 때 나부터 ‘반짝 행보’로 봤다. 그런데 2위를 했다. K리그2 승격 팀의 놀라운 행보는 우연이 아니었다. 뚜렷한 경남의 컬러가 있다. 팀이 자신감이 붙으면 거침이 없다. 운도 있겠으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친정을 떠나는 마음은 어땠나.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떠나 (2016년 여름) 서울에 온 건 마무리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헤어짐에 대해) 말할 타이밍은 아니다. 이미 끝난 일이다. 정말 경남에 오기까지 사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있으나 지금은 빠른 적응이 먼저다.”

-김종부 감독의 주문은 뭔가.

“축구는 기본이고 고참의 역할을 바라신 듯 하다. 코칭스태프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긁어주고 무난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 내 역할이 뭔지 잘 알고 있다.”

-지도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선수로서 딸 수 있는 B급 라이선스는 이미 갖고 있다. 공부가 필요하나 운동이 지금은 최선의 길이다. 사실 은퇴와 현역 연장을 완전히 달리 생각하지 않았다. 서울에서의 길도 좋지만 언제든 다른 길도 열어놓았고, 최선의 방향이 이뤄졌다고 본다.”

-어릴 적의 이적과 지금의 감정은 다를 텐데.

“평온하다. 예전의 설렘과는 다른 느낌이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경남 유니폼을 받았을 때 감사의 마음이 컸다. 마흔까지 현역으로 뛰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게 됐으니…. 나이 많은 선수에게 2년 연장을 해주는 건 구단으로선 쉬운 결정은 아니다.”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세운 목표를 어디까지 이뤘나.

“월드컵 출전이라는 경력의 정점도 찍었고, 큰 부상도 당했다. 가장 밑바닥도 경험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축구를 했는데, 남들보다 늦었기에 더욱 많은 노력을 했다. 시련도 많았으나 내 선택이 아닌가. 잘 버티면서 했다. 사람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행복한 법이다.”

-경남에서 2년간 무얼 얻고 싶나.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그저 경남이 ACL에서 강렬한 족적을 남기면 된다. 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이곳의 경쟁도 거세다. 수비수가 많다. 그러나 홀로 잘되는 건 바라지 않는다.”

함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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