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양승태 ‘대법원서 입장 발표’, 전두환 ‘골목 성명’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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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1일 0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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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승태 전 대법원장(동아일보)
사진=양승태 전 대법원장(동아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전, 대법원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인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더하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 전 대통령이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청와대 가서 입장문 발표하고 조사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아닌 자신의 집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혔다. 이같은 사례를 두고 양 전 대법원장이 현직 대법원장이 아님에도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제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최고위원은 “그거하고 좀 다르다. 왜냐하면 전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청와대에는 전 전 대통령과 같이 일하고 더욱더 비호하려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법원 내에는 사법 농단에 관련돼 있고 그래서 사실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의 메시지나 영향력이나 이런 것들은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라든지 또는 의중에 따라서 움직였던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양 전 대법원장이 유죄라면 자신들도 유죄가 되는 그런 상황의 판사들이 버젓이 지금 있는 상황에서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문과 관련해선 “양 전 대법원장이 여러 가지 일을 했을 때 관여됐었던, 또 그런 이유로 수사·조사를 받은 법관들이 한 80여 명 이상 법원 내부에 남아 있는 상황 아닌가. 또 그런 분들 아니더라도 법원 내부에는 우리 법원은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또 있을거다. 그런 분들에게 자신은 억울하다라든지 또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이후에 기소가 되거나 재판을 받게 될 경우에 여러 가지 부분도 고려해야 된다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속 여부에 대해선 “구속 영장 청구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마 검찰이 오늘 굉장히 늦은 시간까지 조사를 해 보고 나서 판단을 할텐데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하고도 좀 다르게 최근에 보도 나온 걸 보면 지금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 징용 판결에 개입했고 그것을 위해서 전범 기업 대리인 김앤장 변호사와 만났던 문건을 확보했다는 거 아닌가. 그런 부분들이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좀 봐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문건 자체를 보지 못했다. 보도 나온 것에만 지금 의존해서 말씀을 드리는 한계가 있는데 당시 현직 대법원장이 한쪽의 대리인과 만났다, 그것도 한 차례 만난 게 아니라 세 차례 정도 만났다, 또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를 논의했고 실제로 재판 진행 과정도 그 논의 내용과 일치한다, 이러면 굉장히 파괴력이 있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스모킹 건도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놀이터 회견’ 이후 7개월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이날 오전 9시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두는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연루돼 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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