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생기면 우린 다 죽어”…잇단 ‘분신’ 택시업계 분노·슬픔 교차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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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류택시’ 나올 것” …“안전 검증 안 돼” 지적도
카카오“안타깝다…대타협기구 통해 대화로 해결 희망”

택시업계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10일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인근에 주차된 택시에 카풀 도입 반대 문구와 근조 리본이 달려 있다. 2019.1.10/뉴스1 © News1
택시업계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10일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인근에 주차된 택시에 카풀 도입 반대 문구와 근조 리본이 달려 있다. 2019.1.10/뉴스1 © News1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얼굴이라도 봐야죠.”

지난해 12월 국회 앞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최우기씨(57)에 이어 9일 개인택시기사 임모씨(65)까지 “카풀 반대”를 외치며 분신하자, 택시업계는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며 술렁이고 있다.

10일 오후 숨진 최씨가 몸담았던 서울 송파구 한석교통 차고지에 모인 택시기사들은 두 번째 희생자에 대한 슬픔과 카풀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내비쳤다.

현황표에 걸린 조합원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택시기사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얼굴이라도 봐야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희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한석교통 위원장은 “잇따라 이런 사고가 발생하니 우려된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카카오는 계속 카풀을 유도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제3, 4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분신하신 분들이 헛된 죽음이 아니길 바란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 택시기사 목소리 안들어줘

도로에서 만난 택시기사들도 ‘분신’ 자체는 “너무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카풀에 대해서는 “절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안모씨(63)는 “택시 경력 30년 중 지금이 최악”이라며 “정부가 택시기사들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즘 택시기사들 표정이 하나같이 울상”이라며 “수입도 3개월 전보다 100만원이나 줄었다. 나아질 날이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10년째 택시를 몰고 있다고 밝힌 배모씨는 “지금의 카풀은 ‘나라시’(1980년대 불법 자가용 형태 택시)와 다를 게 없는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택시기사 서모씨도 “그래도 분신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고 최씨와 임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카풀이 생기면 택시는 다 죽을 것”이라며 카풀을 강하게 비판했다.

◇“카풀 시행되면 ‘아류’ 나온다…안전성 검증 안 돼”

카풀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 ‘아류(亞流) 택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상용화를 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개인택시 기사 최모씨(69)는 “택시기사들이 목숨까지 버려가며 카풀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카풀’만 저지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운송업 질서를 지키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카풀 사업이 합법적으로 시행되면 비슷한 불법 택시들이 마구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과 개인 간의 호의로 이뤄지던 ‘카풀’을 ‘사업’으로 인정하면 비슷한 성격의 운송사업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씨(26·여)는 “카카오 카풀이 정식으로 시행되더라도 곧바로 이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기사들이 회사에 고용되거나 자격증을 따야 영업할 수 있는 택시와 달리, 카풀은 그냥 등록만 하고 자기 차로 사람들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분신 사망자가 나온 택시업계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며 청와대에 면담을 요청했다.

한편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임씨의 분신에 대해 “있어선 안될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도를 전하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타협기구를 통해 대화로 풀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카풀이 시행되면 택시 수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택시업계 주장에 대해 “카풀은 택시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에 보완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카풀 시범사업을 시작한 12월 카카오택시 호출수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만큼 택시업계가 걱정하는 ‘수요의 이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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