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약속한 땅 담보로 대출…대법 “배임죄 성립한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0일 06시 29분


코멘트
땅을 증여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증여자에게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배임 혐의로 기소된 A(6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1년 4월 사실혼 관계에 있던 B씨에게 경기 양평 소재 자신 소유 토지 절반을 증여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뒤, 땅을 담보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 대출을 받아 B씨에게 2000만원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토지지분 약정 동의서에 A씨가 1억5000만원을 지급하면 B씨가 토지 관련 모든 권리를 포기하기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됐다”며 “A씨에겐 소유권이전 등기 의무가 아닌 토지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산할 의무가 있었으며, 토지 등기협력 의무를 본질로 하는 재산 보호·관리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해 손해를 입히면서 성립하는 범죄”라며 “부동산 거래에서 등기절차 이행 의무를 다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기 사무의 처리일 뿐”이라며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며, 부동산 증여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A씨가 서면으로 증여 의사를 표시했는지를 심리한 뒤, 그런 사실이 인정되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어야 한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 의무는 증여자 자신의 사무일 뿐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