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FA 두번 죽이는 여론몰이,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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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프리에이전트(FA) 수난시대다.

2018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은 15명의 선수 가운데 계약자는 NC 다이노스 양의지(4년 125억원)와 모창민(3년 20억원), SK 와이번스 최정(6년 106억원)과 이재원(4년 69억원)의 4명이 전부다. 원 소속구단 LG 트윈스와 잔류라는 큰 틀에서 합의한 박용택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얼어붙은 시장을 체감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용택을 포함한 미계약 선수 11명 가운데 30대가 아닌 선수는 김상수(29) 한 명뿐이라는 점이다. 육성 기조가 확실해진 KBO리그의 흐름과 보상이 필요한 FA 제도의 특성상, 베테랑 FA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복수의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상제도와 맞물려 원 소속구단의 제안만 받아들고 고민하는 신세다. 외부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기존 소속팀에 해당 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인 외 1명, 또는 연봉 300%를 내줘야 한다.

전도유망한 젊은 피를 뺏길 수 없다는 기조와 맞물려 베테랑 FA 영입을 꺼리는 추세다. 2017시즌 직후에도 키움 히어로즈가 FA 채태인과 2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한 뒤 롯데 자이언츠 박성민과 맞트레이드를 단행했고, 최준석(현 질롱코리아)은 연봉 5500만원에 원 소속구단 롯데와 계약한 뒤 조건 없는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는 베테랑 FA 한파의 시발점이었다.

문제는 여론이다. 선수들은 계약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와중에 팬들의 공격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다. 갑론을박이 아닌, 무차별적인 비난으로 이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은퇴하라’, ‘배가 불렀다’는 등의 말이 의욕을 더 떨어트린다. 현재 FA 신분인 베테랑 선수 A는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상처다. 말을 꺼내기도 두렵다”고 했고, 같은 처지의 FA B는 “육성을 우선시하는 흐름은 이해한다. 후배들이 잘하면 그에 맞게 우리도 더 의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고참들도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하는데 여론은 차갑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FA를 선언한 이용규도 “언제부터 선수가 나이로 평가받았냐”고 아쉬워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는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보여준 성적보다 미래의 가치에 중점을 두니 나이든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바뀐 기조와 이적이 어려운 선수의 처지가 맞물리니 더욱 그렇다. 베테랑 FA C는 “만약 계약 실무자들이 현역 선수고, 그간 열심히 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FA에 대한 구단의 기조가 바뀌어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어떨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인 FA 등급제와도 궤를 같이한다. 당시 KBO측은 FA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총액을 최대 80억원으로 제한하는 대신, 선수의 등급을 매겨 보상 없이 이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온도차가 워낙 컸던 탓에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상한선뿐만 아니라 등급제 시행 방안에도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수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상한선 없는 등급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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