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일째 굴뚝 농성’ 파인텍 노동자들 단식 돌입…“이미 뼈만 남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7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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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m 높이의 굴뚝에서 422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스타플렉스(파인텍) 노동자들이 지난 6일부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스타플렉스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공 농성 중인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어제 오후 4시50분께부터 곡기를 끊는다는 소식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현재 몸무게 50㎏ 이하로 위험한 상태다. 지난해 12월25일 긴급건강검진을 위해 굴뚝에 오른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최규진 의사는 뼈만 남아 있어 눈으로 보기도 힘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휴대전화 배터리 잔량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 전 굴뚝 위 노동자들과 통화를 한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단식의 뜻 중 하나는 최후통첩, 다른 하나는 다시 한번 보듬어달라는 절규라고 생각한다”며 “자신들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고 하더라. 설득은 못했지만 내일 국가인권위원회 및 의사들과 함께 굴뚝에 올라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들의 단식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김세권(스타플렉스 대표)의 판단 밖에 없다”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실무교섭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어제 오후 5시 이후부터 굴뚝농성장과 외부의 연락이 안 된다”며 “오전 10시, 오후 4시 하루에 두 번씩 줄을 내려 식사를 조달하는데 오후 4시부터 줄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물이나 핫팩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은 지난 3일 13시간에 걸쳐 진행된 4차 교섭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사측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29일, 31일에도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동행동은 “사측이 책임 있는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노사교섭이 결렬됐다”며 “4차 교섭을 끝으로 차기 교섭 일정은 확정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파행의 책임이 ‘5명의 파인텍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김 대표이사에게 있음을 거듭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골적인 노조 혐오를 드러내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는 김 대표이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어렵사리 성사된 이번 교섭을 또 다시 책임회피로 일관하며 유야무야 정리하려 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승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2015년 합의 때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누가 이들을 굴뚝까지 몰고 갔는지 보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굴뚝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빨리 내려오면 좋겠다고 했더니 앞으로 그런 얘기를 할 거면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강인한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했고, 2013년 1월 돌연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한국합섬 출신인 차광호 지회장은 스타플렉스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2014년 5월27일 45m 높이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이듬해 7월8일까지 408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가 단협을 체결하기로 극적 합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이 2017년 11월12일 다시 굴뚝에 올랐다.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김 대표이사에게 문제해결을 위해 칙임있게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벌써 422일째 이어지고 있는 굴뚝농성은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의 단식 선포로 일촉즉발에 기로에 놓여 있다. 김 대표이사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전향적 태도로 교섭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이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스타플렉스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문제 상황을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하고 김 대표이사의 거주 지역 내 규탄 기자회견, 13일~15일 두바이에서 박람회 참석을 앞두고 있는 김 대표이사의 출국저지 투쟁 등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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