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소녀상 설치 이틀만에 철거…日 눈치봤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4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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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북부에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설치 이틀만에 철거됐다고 일본 산케이신문 등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이 소녀상에 ‘유감’을 표한 당일 철거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본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해당 소녀상은 충북 제천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했던 산페드로 시장의 제안으로 지난해 12월 28일 라구나주 산페트로시 여성의 집에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같은 모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필리핀 주재 일본대사관은 이틀 후인 30일 성명을 통해 소녀상 건립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소녀상이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마닐라 불레틴 등에 따르면 여성의 집 측은 “소녀상 철거에 대해 아무런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철거된 소녀상은 산페드로 시장의 사택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장에는 소녀상이 설치됐던 시멘트 토대만 남았다고 한다.

철거를 명령한 주체가 산페드로 시 측인지 필리핀 중앙 정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소녀상 철거 하루 뒤인 31일 소녀상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해당 소녀상에 대해 “사유지에 민간 비용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헌법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이 시기(제2차 세계대전)에 우리(필리핀) 국민의 쓰라린 희생을 기억하고, 같은 일(위안부 문제)을 겪은 데 대한 교훈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다뤄진 (위안부) 문제를 부당하게 정치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정치화해 전략적이고 믿을만한 동맹국이자 파트너인 일본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면 역효과만 날뿐이다’라고 말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재강조했다.

파넬로 대변인은 또 “일본은 어쨌든 배상금 지불을 포함해 과거 행위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뤘다”라고도 했다.

앞서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4월 수도 마닐라에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건립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철거된 바 있다.

해당 동상은 2017년 12월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와 위안부 피해자 단체가 건립했다. 필리핀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동상이 설치되기는 이 동상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마닐라시는 하수도 공사를 명분으로 심야에 철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에도 위안부상 철거에 대해 “필리핀 정부 정책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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