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일출은 못봤지만 희망은 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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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한라산 정상 해돋이 체험기

기해년 새해 첫 일출을 남한 최고봉인 해발 1950m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맞이하려는 인파가 1만 명 가까이 몰렸다. 1일 오전 7시 50분경 사방에 가득한 안개 속에서 일출을 기대했지만 해는 보이지 않았다.

한라산 탐방객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저마다 건강과 무사안녕 등의 소원을 빌었다. 단체 탐방객들은 구호를 외치며 한 해를 힘차게 출발했다. 연인, 가족끼리는 서로 포옹하면서 2019년의 시작을 함께했다.

기해년 새해 첫 일출을 한라산 정상에서 맞이하려는 탐방객들이 몰렸지만안개에 가려 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탐방객들은 올해 무사안녕 등을 기원했으며 상고대 등을감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기해년 새해 첫 일출을 한라산 정상에서 맞이하려는 탐방객들이 몰렸지만안개에 가려 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탐방객들은 올해 무사안녕 등을 기원했으며 상고대 등을감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문선영 씨(53·여·제주시 노형동)는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 감사 기도를 드렸고 올해도 가족 모두 행복하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한 산악회원은 “구름이 많이 낄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한라산 정상은 높기 때문에 혹시 운해(雲海) 위로 솟는 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다. 올 한 해 건강하게 보내고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일출 탐방에는 친구끼리 찾은 젊은층이 많았다. 한 취업준비생은 “올라오는 데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 순간을 견디고 전진하니 정상이었다. 직장을 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할 듯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꼭 취업하겠다”고 말했다.

탐방객들은 한라산 정상 표지석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영하의 추위에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 한곳에 오래 서 있기가 힘들었다. 머리카락, 두꺼운 외투의 털 등에는 미세한 물 알갱이가 얼어붙으면서 하얀 상고대가 만들어졌다. 백록담 분화구와 화구벽 역시 구름, 안개에 가려 형태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기대했던 웅장한 새해 일출을 보지는 못 했지만 구상나무 산개벚나무 굴거리나무 등의 상고대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일명 ‘서리꽃’이라고도 불리는 상고대는 지표면에 발생하는 서리와 달리 나뭇가지 등에서 생긴다. 특히 말라죽은 구상나무 등에 생기는 ‘연한 상고대’는 찬 바람에 눈가루가 날리면 점점 두꺼워지면서 끝이 새우 꼬리 모양을 한다. 해발 1200∼1900m 지대에서 다양한 형태의 상고대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하려는 탐방객들을 위해 매년 1월 1일 야간산행을 허용한다. 야간에 탐방을 시작하는 만큼 랜턴, 방한장갑, 방한복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 내리막이 있기 때문에 눈길 미끄럼을 방지하는 아이젠을 갖추지 않으면 체력 소비가 심하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일출#한라산#백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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