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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동경-욕망의 도시… 문학이 비추는 ‘서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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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동경-욕망의 도시… 문학이 비추는 ‘서울의 초상’

조종엽 기자 입력 2018-12-22 03:00수정 2018-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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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탄생기/송은영 지음/568쪽·2만9000원·푸른역사
1970년대 경기 광주대단지 천막촌(위쪽). 1971년 8월 이곳에서는 광복 이후 대규모 도시빈민투쟁이었던 ‘광주대단지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시기 한강 이남인 강남에는 대규모로 아파트 단지(아래쪽)가 조성되며 서울의 지형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는 각각 성남시청과 국가기록원. 푸른역사 제공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서울’이다. 서울에 사회 각 분야의 자원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정국을 가르고, 새 신도시가 서울에서 얼마나 가까운지가 주요 이슈가 되고, 대학의 ‘인(in) 서울’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서울 공화국’이다. 그런 서울의 1960, 70년대 사회사를 문학 작품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서울은 넓다. … 그러나 이렇게 넓은 서울도 삼백 칠십만이 정작 살아 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이호철, 1966년 동아일보 연재소설 ‘서울은 만원이다’에서)

오늘날과도 별로 다르지 않은 서울의 이미지다. 당시 사람들이 ‘진짜 서울’로 생각한 지리적 반경은 ‘사대문 안’이었다. “서울에서도 문밖이란다. 서울이랄 것도 없지.”(박완서, ‘엄마의 말뚝’에서) 저자는 “1960년대 중반까지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서울의 반경은 식민지 시기의 일제가 계획한 ‘대경성’ 지역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좁은 서울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이촌향도’의 1차적 요인은 먹고살기 위해서였지만, 문화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욕망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서울을 향한 향수병, 전도된 노스탤지어”가 생겨난 것. “서울 생활에서의 탈락은 곧 삶의 한 모서리가 무너지는 것이며 자기를 지탱하고 있는 끈이 끊어져 내리는 것과 같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최일남, ‘서울의 초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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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1939∼2008)도 직접 쓴 자신의 연보에서 “언제까지나 이 도시의 자랑스러운 시민으로서 영구불변한 나의 소지(巢地·둥지가 있는 곳)를 마련할 결심이었다”고 했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인물들 역시 ‘서울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앓는다.

그러나 ‘세련된 서울내기’는 밖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했다. 진짜 서울 사람이란 “이리저리 부대끼고 씻기다 보면 간덩이도 붓고 몽글몽글하게 모가 없어져서 적당히 닳아빠진”(서울의 초상) 이들을 뜻했다. 6·25전쟁 이후 경제적 궁핍이 낳은 아귀다툼 탓이다. 저자는 “단언컨대 1960년대나 지금이나 서울 사람은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토박이의 목소리는 거의 힘을 내지 못했다”면서 “상경민(上京民)과 월남민, 비서울 출신이 서울 인구의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서울 사람의 정체성은 이주민, 곧 떠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 개발의 시대를 맞이한 1960년대 후반의 서울, 1970년대 강남 개발과 중산층의 등장을 조명하면서 서울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이나 1971년 주민들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 정책과 졸속 행정에 반발해 지역을 점거한 ‘광주대단지 사건’ 등도 당대의 문학 텍스트를 통해 책에 담았다.

성공회대 학술연구교수인 저자는 기존 문화연구가 서양의 근대화와 유사한 부분이나 그보다 열등한 부분들을 취사선택해 보고 싶은 부분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사적 체험과 생활의 실감’ 속에서 서울의 도시문화사와 사회사를 그려볼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작가 16인의 소설 110여 편을 사료처럼 활용하면서도, 실제 현실과 문학이 재현한 현실 사이에서 긴장을 잃지 않는다. 그 결과 역사책도 아니고 문학책도 아니면서, 둘 다인 흥미로운 책이 태어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울 탄생기#송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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