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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높이면 도로가 10㎝ 아래로 스르르…내려가는 과속방지턱 감속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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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높이면 도로가 10㎝ 아래로 스르르…내려가는 과속방지턱 감속 효과

구특교기자 , 부산=서형석 기자 입력 2018-12-09 16:38수정 2018-12-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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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현지 시간) 스웨덴 린셰핑시의 한 왕복 2차선 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30km를 넘긴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주변에 학교와 유치원이 있어 속도를 낮게 지정한 것을 어긴 것이다. 그런데 도로가 10㎝ 가량 스스로 땅 속으로 내려앉았다. 스웨덴의 교통기술 개발업체 ‘에데바’가 2016년 개발한 내려가는 과속 방지턱 ‘액티범프’다. 과속한 차량 운전자에게 진동과 충격을 줘 스스로 속도를 줄이게 만든다. 차량 속도가 규정을 준수하면 액티범프는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다.

● 내려가는 과속방지턱으로 도심 속도 줄여


액티범프는 도심의 차량 속도를 줄여 차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안됐다. 차량이 15~20m 정도로 가까워지면 레이더를 이용해 속도를 확인하고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 보행자 통행이 잦아 차량의 과속을 예방해야하는 도로에서 유용하다. 운전자에게도 제한 최고 속도를 지키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불필요하게 급히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으니 차량 성능은 물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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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과속을 한 운전자는 액티범프로 인해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는 충격을 느껴 과속의 위험성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운전자들의 학습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상벌 시스템’이다. 카린 위클런드 에데바 마케팅매니저는 “제한 최고 속도를 지키면 충격을 느낄 필요가 없어 규정 속도를 지킨 운전자는 ‘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며 자연스럽게 규정 속도를 지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액티범프의 효과는 상당했다. 2016년 5월 액티범프가 설치된 곳에서 과속차량 비율은 설치 전 80%에서 설치 후 30%로 줄었다. 올 4월에는 지점별로 5~10%에 머물렀다. 액티범프는 도심 차량속도를 낮추는 해결책으로 주목 받으면서 스웨덴 말뫼를 비롯해 호주에도 수출됐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도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다.

● 국민 설득으로 속도 줄인 프랑스

유럽은 ‘자동차의 대륙’으로 불린다. 유명한 자동차 제조사들과 독일의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차들이 빠르게 다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유럽은 교외지역에서도 차량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 7월 1일부터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시속 90km에서 80km로 줄였다. 10월 2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TSC 본부에서 만난 도빌 어드미나이트 ETSC 연구원은 “속도 하향은 40만km가 넘는 도로의 표지판을 모두 바꿔야 하는 큰 작업이었지만, 매년 프랑스 교통사고 사망자의 55%가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발생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처음 속도하향 방침을 발표했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운전자의 반발이 심했다.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차량 속도를 시속 10km 줄이면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를 약 400명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차량 흐름이 원활하면 시속 10km 속도를 줄여도 통행시간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속도하향의 효과를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두들리 커티스 ETSC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프랑스와 이웃한 벨기에에서도 속도하향으로 교통 흐름이 개선돼 오히려 이동 시간이 준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프랑스 정부는 운전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외에도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시속 90km이던 교외 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를 시속 80km로 줄였다. 벨기에의 플랜더스 지역은 지난해 시속 90km이던 도로의 제한최고속도를 프랑스보다 10km 더 낮은 시속 70km로 줄이기도 했다. 게다가 파리, 브뤼셀 같은 대도시 도심 일반도로의 제한 최고 속도는 한국의 시속 60km보다 낮은 시속 40, 50km로 운영하고 있다. 속도하향은 한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 3명에 그치는 유럽 국가의 교통안전 비결인 것이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차량의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교통정체 우려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속도하향 정책을 운전자에게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기보다 프랑스 정부의 사례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50km로 낮추는 사업이다.

린셰핑·브뤼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부산시, ‘안전속도 5030’ 적용

2019년은 국내에서 속도하향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사실상의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관할하는 모든 일반도로의 차량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9월 영도구에서 시작한 속도하향 정책 ‘안전속도 5030’이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시의 모든 일반도로 2324㎞에 적용하기로 했다. 차량 속도는 왕복 4차로 이상 간선도로의 경우 최대 시속 50㎞로, 그 이하 소규모 도로는 시속 30㎞로 조정한다. 지금보다 10, 20㎞ 가량 줄이는 것이다. 단, 보행자가 없는 광안대교, 번영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는 제외된다. 노면 표지와 표지판 등 시설 약 3만3000개를 교체하기 위해 157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9월부터 영도구에서 올 8월까지 교통사고로 숨진 인원은 5명이었다. 속도하향 도입 전이었던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의 연 평균 6.6명보다 24.2% 줄었다. 보행자 사망은 4.8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 사고 사상자가 39.8명에서 23명으로 42.2% 줄면서 심야시간 보행자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부산시에서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는 8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1.2%였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3번째로 높은 비율로 2015년(46.1%)보다 5.1%포인트 늘었다.

반면 차량 속도는 태종로의 교통량이 가장 많은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속도하향 시행 전 평균 28㎞에서 시행 후 27.1㎞로 변화가 미미했다. 부산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9월 지하철 1호선 구간을 따라 중앙대로 16㎞ 구간(서면~하단)에서 벌인 주행 실험에서도 시속 50㎞로 달렸을 때 소요 시간은 시속 60㎞ 때와 비교해 1, 2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적인 차량 속도하향 노력에 힘입어 11월까지 경찰청이 집계한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어든 3443명으로 나타났다. 보행자 사망은 1318명으로 12.7% 줄었다. 부산은 속도하향 캠페인에 힘입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7.5%, 보행자 사망자 수가 23.5% 줄어들며 광역시 중 광주에 이어 2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김봉철 부산시 교통운영팀장은 “속도하향 사업을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해 보행자가 안전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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