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유아]EBS-수능 연계, 부작용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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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여전히 EBS 교재 연계 비율은 70% 가까이 유지됐다. EBS 교재 연계 정책은 국정감사 등에서 영어 지문의 저작권 문제와 한글로 해석된 내용만 외워 문제를 푸는 현실 등이 지적됐으나 사교육비 절감 등의 이유로 계속 유지하게 됐다. EBS 연계 정책은 출제 오류와도 무관하지 않다. 출제 과정에서 EBS에서 나온 내용은 이미 검증된 것으로 여겨 오히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이나 자료라도 EBS 교재에서 이미 학생들이 접했기 때문에 출제한 것이라고 여겨 굳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 정책의 방향은 학생이 실력을 쌓아 경쟁력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돼 사교육비를 줄이는 게 최고의 목표가 됐다. EBS 연계 출제가 사교육비 절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정확한 통계가 나올 것인지도 의문인데 사교육비 감소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훼손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의아하다. 수능은 학생들이 12년간 공부한 성과를 보여주는 시험이다. 그런데 절반 이상을 특정 교재와 유사하게 출제해 학교에서 교사의 수업을 듣는 것보다 교재 정답을 외우는 데 급급하게 만든다면 과연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신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학교 수업은 EBS 교재 문제풀이 수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EBS가 아닌 사설 출판사의 문제집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조만간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무상교육이 되고 교과서도 비용 없이 제공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EBS에 지나치게 기댄 상황에서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EBS 교재를 공짜로 배부해 주는 것을 더 반기게 되지는 않을까.

동점자 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동일한 등급에 점수가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택과목별로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시험은 원래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선택하는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은 등급을 가르기 위해 지나치게 지엽적인 부분에서 출제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정답을 맞히기 어렵게 만들었고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과목은 대다수 학생이 일정 등급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점점 더 쉽게 출제했다. 굳이 수업을 열심히 들을 필요도 없게 만든다면 과연 정상적인 시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일정 구간의 점수를 하나의 등급으로 묶어 동일하게 취급하는 평가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등급 분포를 원하는 대로 얻기 위해 문항의 난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거나 낮추는 방식은 결국 해당 과목의 선택을 기피하게 하거나 아예 공부할 필요가 없게 만들 뿐이다.

교육의 경쟁력은 곧 미래의 경쟁력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단지 사교육비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표만 의식해 학생들의 실력을 키울 수 없게 만드는 교육정책과 열심히 공부해도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불합리한 입시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다.

교과서가 아닌 특정 교재의 내용이 절반 이상 출제되고, 선택자 수가 적은 과목을 선택할 경우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맞히기 어렵게 출제되는 것이 상시화되어 버린 이런 시험이 12년간의 공부의 결실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교육과 입시정책은 정확하게 산출하기도 어려운 사교육비에 연연하기보다 교육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정의롭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
#대학수학능력시험#ebs 연계#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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