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대만 지방선거 참패… ‘脫원전’도 국민투표서 제동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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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대립하던 집권 민진당, 경제악화로 유권자들 등 돌려
텃밭 가오슝도 국민당에 내줘… 차이 총통, 黨주석직 사퇴 밝혀
‘대만’ 이름 올림픽 참가도 부결

“대머리들 모여 가오슝 밝히자” 대만 지방선거 최대 화제로 대만 남부 최대 도시 가오슝 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궈위 국민당 후보의 23일 밤 마지막 유세에 머리를 민 채 참석한 지지자들이 한 후보의 기호 1번을 뜻하는 의미로 검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가오슝 인구 277만 명을 뜻한다며 277명의 지지자가 대머리인 한 후보처럼 머리를 밀고 나타났다. 한
 후보는 앞서 “대머리들이 모여 가오슝을 밝히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후보는 20년간 민진당 텃밭이었던 가오슝에서 24일 
민진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시장에 당선돼 대만 지방선거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사진 출처 대만 중앙통신사 홈페이지
“대머리들 모여 가오슝 밝히자” 대만 지방선거 최대 화제로 대만 남부 최대 도시 가오슝 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궈위 국민당 후보의 23일 밤 마지막 유세에 머리를 민 채 참석한 지지자들이 한 후보의 기호 1번을 뜻하는 의미로 검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가오슝 인구 277만 명을 뜻한다며 277명의 지지자가 대머리인 한 후보처럼 머리를 밀고 나타났다. 한 후보는 앞서 “대머리들이 모여 가오슝을 밝히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후보는 20년간 민진당 텃밭이었던 가오슝에서 24일 민진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시장에 당선돼 대만 지방선거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사진 출처 대만 중앙통신사 홈페이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과 각을 세워 온 대만 집권당 민진당이 24일 차이잉원(蔡英文·사진) 총통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인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차이 총통이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을 사임하면서 차기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졌다. 이번 선거가 양안(兩岸·중국-대만) 관계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은 이날 6개 직할시를 포함해 총 22개 시와 현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직할시 2곳 등 6곳에서만 승리했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야당인 국민당은 직할시 3곳을 포함해 15곳에서 이겼다.

특히 20년간 민진당이 시장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남부 최대 도시 가오슝(高雄) 직할시에서 한궈위(韓國瑜) 국민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 결정타였다. 가오슝은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의 세력 기반이다. 한 후보는 이념 대신 “가오슝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며 이른바 ‘한류(韓流·한궈위 돌풍)’를 일으키면서 지역 경제 발전과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유권자들을 파고든 결과라고 대만 언론들은 평가했다. 투표 전날인 23일 밤 유세 때 자신과 같은 대머리 지지자 500명과 함께 모여 “가오슝을 밝히자”고 제안했던 한궈위는 같은 날 가오슝 인구 277만 명을 의미하려고 머리를 민 227명과 함께 유세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당 승리의 일등 공신인 그는 단숨에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

반면 차이 총통의 민진당 주석직 사임 표명에 이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도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정부 성과에) 불만족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사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차이 총통은 이를 반려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2016년 집권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만의 국제사회 지위를 인정하지 말라는 중국의 입장) 원칙에서 벗어나려 하자 경제 보복, 외교 군사적 압박 등을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경제가 악화되면서 20, 30대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졌다.

24일 지방선거 때 각종 현안에 대한 국민투표도 함께 진행됐는데 가장 민감한 이슈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하자”는 안건이었다. 476만 명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쳐 통과 문턱인 494만 명(25%)을 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577만 명이 반대했다. 국민투표 통과 기준이 기존 50%에서 25%로 완화됐음에도 이를 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국민투표는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 표결 내용을 ‘확정’짓지만 대만 국민투표는 가결(25% 이상 득표)돼도 입법원(국회)의 문턱을 다시 넘어야 하기 때문에 ‘입법 청원’에 가깝다. 대만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과한 안건에 대해 그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3개월 안에 입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대만 명칭 이슈는 유권자들이 현 정부의 독립 추구 성향에 찬성하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였는데, 대만 유권자들이 결국 양안 관계 악화보다는 안정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CO)가 “명칭을 변경하면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3차례 경고하고 대만 올림픽위원회가 “감정적으로 투표하지 말라”고 호소한 것도 현실적 판단에 무게를 더했다.

중국은 선거 및 국민투표 결과에 반색하고 나섰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5일 “양안 관계 평화 발전의 이익을 계속 공유하고 경제 민생을 개선하고 싶은 많은 대만 민중의 강렬한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며 “‘대만 독립’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 독립 지지 성향의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중국이 가짜뉴스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국민투표 결과 대만 정부의 ‘2025년 탈(脫)원전’ 정책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202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운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전기법 조항’의 폐지 여부를 묻는 안건에서 투표자의 29.7%(약 530만5000명)가 폐지에 동의해 가결됐다. 차이 총통은 2016년 대선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에 따라 집권 후 탈원전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으나 그 여파로 대만에서는 전력 수급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돼 왔다. 올해 8월 대만 전국 가구 절반이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요구가 제기돼 왔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와 선거 참패로 어떤 식으로든 탈원전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만은 국민투표 참여 연령을 기존 ‘만 20세 이상’에서 이번 선거부터 ‘만 18세 이상’으로 변경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차이#대만 지방선거 참패#탈원전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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