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상 ‘니깝’ 테러에 악용”, 무슬림 국가서도 착용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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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이어 이집트 알제리 등 이슬람 국가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니깝’(사진) 착용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 중 하나인 니깝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와 몸을 가리는 옷이다.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도인 알제리는 지난달 직장 내 니깝 착용을 금지했다. 알제리 정부는 “신원 확인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 및 보안이 위협받는다”며 전국 직장에서 니깝을 입지 못하게 했다.

이달 초에는 병원, 학교, 정부기관 등 공공장소 안에서 니깝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들이 이집트 의회에 제출됐다고 현지 언론 알아흐람이 전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무함마드 아부 하메드 국회의원(무소속)은 “프랑스 등 유럽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 튀니지, 알제리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니깝을 금지한다”며 “이슬람 율법에도 맞지 않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위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테러 우려 외에도 여성 인권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니깝 착용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교 전통 복장을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본다. 무슬림 여성도 자유롭게 옷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옷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고,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에서 비롯된 악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도 지난달 23일 니깝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 법률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유럽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전통 복장에 속하는 니깝 착용을 제한하려는 이유는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 반대하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니깝 안에 폭탄이나 무기를 숨기거나, 경찰의 수사 및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니깝을 이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니깝 안에 폭발물을 숨기는 방식으로 테러 공격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니깝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촉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카이로대는 “신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내에서 여성 교직원 및 학생들의 니깝 착용을 금지시켰다. 이에 일부 보수 이슬람 학자들과 학생들이 “복장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적 차별”이라며 소송을 냈고, 이들이 승소하면서 다시 허용됐다. 이후 이집트 선거철마다 니깝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 내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이 니깝을 입는지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얼굴은 드러내면서 머리와 목, 어깨, 가슴 정도를 덮는 ‘히잡’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니깝이나 눈 부위마저 망사로 덮어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은 여성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전통의상 ‘니깝’ 테러#무슬림 국가#착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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