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방송’ 간다는 KBS, 안보는 방송 주저앉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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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형식-시청률 정체 탈피”… 콘서트7080-TV소설 등 속속 막내려
신설프로 시청률 1∼3%대 부진… 일부 진행자 고액 출연료 논란도
시청자 “누굴 위한 개편인가” 반발

“작별인사 하고 내려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지네. 매주 공개홀을 가득 메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3일 방영된 KBS ‘콘서트 7080’에서 진행자 배철수 씨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방송을 끝으로 2004년 시작한 ‘콘서트 7080’은 막을 내렸다. 배 씨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싫증을 느끼는 시대인데, 한 프로그램이 14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콘서트 7080’에 대한 프라이드를 늘 안고 살겠다”고 종영 소회를 밝혔다.

KBS의 가을 개편 이후 중장년층과 소수 계층을 위한 장수 프로그램이 대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 방송’을 지향하는 KBS가 시청률에 매몰돼 공영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서트 7080’은 1970,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를 겨냥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KBS 대표 장수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폐지에 시청자들은 반발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종영 이유를 설명해달라” “폐지를 막아주세요.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세요” 등 폐지를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KBS 관계자는 “가을 개편에 (프로그램 폐지가) 예정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덕재 KBS 제작본부장은 “프로그램이 오래돼 형식과 시청률이 정체돼 왔다”며 “추후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장은 8월 가을 개편 설명회에서 “KBS를 효율적이고 젊은 방송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KBS는 5년 이상 방영된 프로그램들을 즉각 폐지했다. 18년 동안 방영된 ‘VJ특공대’, 2013년부터 방송된 소비자 권익 보호 프로그램 ‘소비자 리포트’ 등이 대상이었다. ‘막장 드라마’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 근대사를 배경으로 만든 ‘TV 소설’도 2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앞서 7월에는 시청자가 참여하는 시사 프로그램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을 폐지했다. KBS 공영노조는 “20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프로그램을 없애는 게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KBS의 편성에서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오늘밤 김제동’ ‘대화의 희열’ ‘볼 빨간 당신’ ‘회사 가기 싫어’ 등 신설 프로그램들은 공영성과 시청률을 모두 잃었다는 평이 대다수다.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제작했지만 시청률은 1∼3%대에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폐지된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5∼10%대로 더 높았다.

특히 9월부터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은 진행자 김제동 씨가 회당 35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별개로 김제동이라는 유명인의 상징성에 기댄 프로그램”이라며 “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와 소통 없이 장수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시청자 주권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젊은 방송#콘서트 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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