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밖까지 수천명 유권자… 트럼프 vs 反트럼프 뜨거운 대결

[6일 美 중간선거]격전지 조지아주 현지르포

주차장까지 꽉 메운 트럼프 지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주지사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조지아주 메이컨시를 찾았다. 수용 인원 초과로 유세장에 들어가지 못한 지지자들이 주차장에 마련된 대형 TV 스크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메이컨=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김정안 특파원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 안보체제와 경제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줄 미국 중간선거 투표가 미국 동부 시간으로 6일 오전 9시(한국 시간 6일 오후 11시) 시작된다. 반이민 정책을 선거 이슈로 부각하는 데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나에 대한 국민투표”로 규정하며 표밭을 누비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온 ‘미국 우선주의’를 멈출 것인지, 계속 밀고 갈 것인지, 유권자들에게 선택을 요구한 것이다. 판세는 ‘민주당 우세’ 속에 ‘공화당 역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처럼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투표에서 패하는 ‘어게인(Again) 2016’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선거는 한국 시간으로 7일 오후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 시간) 기자가 찾은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시는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주지사 선거가 진행되는 곳이었다. 마침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국무장관인 브라이언 켐프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 열기는 더 달아올랐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로 앞서고 있는 켐프 후보를 지지하는 피켓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 그의 재선을 바라는 ‘TRUMP 2020’이라고 적힌 피켓이 넘쳐났다.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라는 평가가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유세장 인근 갓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려고 온 지지자의 차량들이 수km나 늘어서 있었다. 전날부터 와 있었다는 브라이언 도즈 씨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보려고 입장 티켓까지 받아 밤을 새웠는데 유세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유세장 수용 가능 인원은 2000명인데 주최 측이 6800장의 입장 티켓을 사전 배포하는 바람에 5000명 가까운 지지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결국 이들은 유세장 주차장에 마련된 대형 TV를 보며 “유에스에이(USA)”를 외쳐댔다.

켐프 후보의 상대가 사회운동가 출신의 흑인 여성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후보여서인지 현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슈화한 반(反)이민정책이 쟁점이었다. 브라이언 이스터 씨는 “흑인 사회주의자가 주지사로 뽑히면 불법 이민자에게 세금을 퍼줄 것 아니냐”며 “그들에게 우리의 세금을 줄 수는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일부 백인은 기자를 향해 “중국에서 왔냐, 여기서 뭘 하는 거냐”며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장에서도 ‘캐러밴’(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중미 이민자 행렬)을 겨냥해 “행진하는 저들을 봐라. 이것이 바로 침략”이라며 “저들의 침공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더 부강하게, 더 안전하게,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나를 위해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지원 유세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사흘 전 이곳을 찾아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 탄생을 위해 힘을 보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에이브럼스 후보를 연단에 함께 세우고 지원 유세를 하면서 “공화당은 계속 거짓을 말하고 있다. 그 거짓을 투표로써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2000여 명이 모인 유세장에는 ‘거짓말’이라는 구호가 넘쳐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를 겨냥해 “주지사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서는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경험 있고 자격 있는 후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같은 흑인 여성으로서 에이브럼스 후보를 지지해 온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1일 조지아주 매리에타시를 직접 찾아 후보와 함께 타운홀 미팅을 열고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믿기지 않는 기회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핍박받고, 모욕당하고, 차별받아온 여성들을 위해 이곳에 서 있다”며 마초적 기질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대항해 여성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메이컨=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