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LA 감독 “류현진, 자신이 원한 모든 걸 해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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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감독 류현진 투구 극찬
스니트커 애틀랜타 감독 “오늘밤 내내 힘들었다”
“류현진이라 쓰고 에이스라 읽어” 뒷얘기 소개 등 언론 반응 폭발적
위력적 속구로 기선 제압한 후 팔색조 투구로 타자 무너뜨려

“잘했어 현진” 커쇼 뜨거운 포옹 LA 다저스 류현진(뒤)이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7이닝까지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와 포옹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잘했어 현진” 커쇼 뜨거운 포옹 LA 다저스 류현진(뒤)이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7이닝까지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와 포옹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이제 그에 대해서는 대답이 필요 없을 것 같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5일 애틀랜타와의 경기를 지배한 류현진(31)의 쾌투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류현진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냈다. 투구는 배트를 비켜 갔고 걸려 보낸 주자도 없었다”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첫 타자 로날드 아쿠냐부터 강력한 힘 싸움을 예고했다. 초구와 2구로 커브와 컷 패스트볼을 던진 류현진은 3구부터 6구까지 네 번 연달아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아쿠냐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6구는 구속이 150km까지 나왔다. 올 시즌 평균 구속(145.3km)보다 3∼5km 가까이 빠른 패스트볼이었다.

올 시즌 류현진을 상대해보지 못한 애틀랜타 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속도보다는 제구로 승부하는 팔색조 투수로 알려진 기존의 류현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첫 타석을 통해 류현진은 ‘도망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평소보다 위력적인 패스트볼에 애틀랜타 선수들의 계산이 꼬였다. 처음부터 변화구로 피해 가는 투구를 했다면 중반쯤 패턴을 읽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심경의 애틀랜타 타자들과는 달리 류현진의 투구는 단순하고 시원했다. 1회 프레디 프리먼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5회까지 12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보냈다. 이날 상대한 24명의 타자 중 10명에게 초구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고 누구도 이를 공략하지 못했다. 첫 스트라이크를 패스트볼로 잡은 류현진의 2구는 팔색조처럼 다양했다. 컷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의 선택지 앞에서 애틀랜타 타자들은 무력하게 무너져 갔다.

경기 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선발에 나서는 류현진에게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명실상부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30)를 제치고 1차전 선발로 나선 류현진의 부담감도 컸을 터였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내셔널리그 타율 2위(0.257)의 애틀랜타 타선은 이번 시즌 만나본 적이 없어 낯설었다. 4년 만의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보는 타선을 상대로 1선발로서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삼중의 부담이 그의 어깨 위에 놓였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에게서는 일말의 부담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4회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더그아웃에 들어가던 그가 돌아서며 보인 멋쩍은 미소에서는 긴장감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mlb.com은 “당신이 류현진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기사로 팀 내 관계도를 실었다. 류현진과 가까운 야시엘 푸이그가 서로 장난을 치는 사진도 걸었다. 한국에서 찍은 라면 광고 및 류현진이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어릴 때 아버지가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사주면서 왼손으로 공을 던지게 한 사연 등을 세세히 소개했다. 다저스 다이제스트는 “류현진은 한국어로 에이스를 의미한다”며 익살스러운 소개 글을 썼다.

애틀랜타의 감독 브라이언 스니트커는 “류현진의 투구에 우리 타자들이 밸런스를 잃었다. 우리 팀은 그렇게 삼진을 많이 당하는 팀이 아닌데 오늘밤 내내 빠른 볼 제구와 체인지업에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고 상대팀 선발 류현진의 투구를 높이 평가했다. 감독의 말처럼 애틀랜타 타선은 삼진 비율이 낮고 출루율이 높아 주자를 쌓아가며 점수를 내는 능력이 탁월한 팀이다.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8개의 삼진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커쇼는 6일 펼쳐지는 2차전에 선발로 나선다. 시리즈가 11일 최종 5차전까지 이어지면 로테이션상 류현진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5전 3선승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첫 경기의 포문을 연 류현진이 마지막 매듭을 짓는 셈이다. 커쇼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1차전 출전에 대해 “내가 동의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2009년 이후 늘 포스트시즌 1선발을 담당해온 커쇼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커쇼는 7회를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을 뜨거운 포옹으로 맞이했다. 팀에 승리를 가져다 준 선의의 라이벌을 만면의 미소와 함께 환영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류현진#la 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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