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아츠’ 금메달 49개나 되는데… 한국은 수수방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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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쿠라시 등 종목 늘었지만 우슈-주짓수서 14명만 참가
출전 제외 종목 “체육회서 막아”… 체육회 “요건 갖추지 못해 불허”


2014 인천 아시아경기 후 4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마셜아츠(Martial Arts·무예(武藝))의 위상이다. 4년 전 우슈 15개 세부종목만 치러진 마셜아츠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서 ‘주짓수’ ‘삼보’ ‘쿠라시’ ‘펜착실랏’ 등 아시아 국가 전통무예 4개 종목이 추가되며 규모가 커졌다. 금메달 수를 놓고 보면 49개로 수영(55개)에 이어 두 번째 거대 종목으로 올라섰다.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전통무예로 알려진 펜착실랏은 개최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대련 10개 종목, 예술 6개 종목 등 금메달 16개가 걸린 주요 ‘메달밭’이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현재까지 확정된 마셜아츠 국가대표는 우슈 12명(남 10, 여 2명), 주짓수 2명(남 1, 여 1명)뿐이다. 새로 추가된 4종목에서 주짓수 국가대표 2명만 추가됐다. 대한체육회는 삼보, 쿠라시, 펜착실랏 종목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종목에서 출전 가능 선수가 없는 게 아니다. 우슈에서 파생된 펜착실랏과 유도와 비슷한 삼보, 쿠라시는 국내에서 생활체육대회를 치를 때마다 수백 명의 수련자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저변이 넓다. 쿠라시의 경우 5월 열린 아시아경기 테스트 이벤트 경기에서 한국이 선수단을 파견해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국제쿠라시연맹(IKA) 요청으로 아시아경기에 심판 2명도 파견한다. 삼보 또한 아시아경기에 나가는 인도네시아, 대만 대표들이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다. 자체 종목마다 선발전을 진행해 6명(펜착실랏)∼14명(쿠라시)까지 국가대표 자격 선수도 선발했다.

해당 종목 관계자들은 대한체육회의 텃세가 선수들의 출전을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미가맹 단체에 ‘이번 아시아경기에 한해 최소 17개 시도체육회에 가입하면 아시아경기 출전을 허용한다’고 알렸다. 삼보는 2016년 동해시체육회로부터, 쿠라시는 지난달 27일 충북도체육회로부터 가맹 승인을 받았다. 각 단체는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17개 시도체육회 승인’에서 뜻하는 ‘시(市)’는 광역시를 말한다. 삼보는 동해시체육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는데 동해시는 광역시가 아니다. 쿠라시는 대한체육회의 서류제출 요청 기한(6월 30일)을 넘긴 상황이라 승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에서 각 종목 선수들의 출전을 관장하는 해당 종목의 국제연맹에서는 ‘대한체육회가 승인한다면 선수들의 아시아경기 참가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여지가 없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 종목 관계자는 “우리 종목 없어도 종합 2위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모진 말도 들었다”며 “무관심 속에서 선수들이 ‘국가대표’ 하나만 보며 땀 흘려 왔다. 자비로라도 출전할 의향이 있으니 전향적으로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마셜아츠#주짓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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