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도로위로 분수 발사… ‘대프리카’ 무더위 식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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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마련한 폭염 대비책
물안개로 더위 잡는 ‘쿨링포그’, 달궈진 도로 식히는 ‘클린로드’
폐지하수 활용해 매일 4회 살수… “도로면 온도 최대 20도 떨어져”
나무심기 등 녹화 사업도 활발

대구의 중심을 지나는 달구벌대로 중앙선 부근에서 물이 발사되고 있다(오른쪽 사진). 대구시는 여름철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폐지하수를 끌어와 노면에 뿌리는 시설을 구축했다. 폭염 기간이면 도로가에 설치된 작은 철제 노즐(왼쪽 위)에서 매일 네 차례 물을 뿌린다. 보행로에는 가로수를 두세 겹으로 심어 그늘을 만들었고 시원한 물안개를 뿌리는 ‘쿨링포그’ 시설도 세웠다. 대구=이미지 기자·대구시청 제공
대구의 중심을 지나는 달구벌대로 중앙선 부근에서 물이 발사되고 있다(오른쪽 사진). 대구시는 여름철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폐지하수를 끌어와 노면에 뿌리는 시설을 구축했다. 폭염 기간이면 도로가에 설치된 작은 철제 노즐(왼쪽 위)에서 매일 네 차례 물을 뿌린다. 보행로에는 가로수를 두세 겹으로 심어 그늘을 만들었고 시원한 물안개를 뿌리는 ‘쿨링포그’ 시설도 세웠다. 대구=이미지 기자·대구시청 제공
3일 오후 대구의 공기는 후끈하다 못해 뜨거웠다. KTX 동대구역을 나서자 시민들이 물안개를 뿜는 전봇대 같은 구조물 아래 모여 너나 할 것 없이 “살 것 같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 구조물은 대구시가 세운 ‘쿨링포그’다. 물안개를 맞으면 당장 시원하기도 하지만 물이 마르면서 체온을 더 낮출 수 있다. 대구시는 시내 버스정류장 4곳과 시내 보행로 곳곳에 이 쿨링포그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는 여름철 폭염일수가 30일 이상인 대한민국 대표 극서(極暑)지다. 그런 만큼 전국에서 폭염 대비책을 가장 잘 갖춘 도시이기도 하다. 분지 지형이라는 폭염 취약요소를 극복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머리를 맞대면 이겨내지 못할 환경은 없다. 극서지 대구의 더위 극복법을 알아봤다.

○ 버리는 지하수로 ‘폭염도로’ 식혀

이날 오후 2시 반 대구 중심을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 중앙로 부근에서 느닷없이 물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지하 상수도관이 터진 게 아니었다. 도로 표지석 같은 작은 철제노즐에서 일제히 물이 뿜어져 나왔다. 대구시가 2011년 도심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로가에 수로를 매설해 만든 ‘클린로드’ 시설이다. 여름철에는 도로를 식히기 위해 매일 4회(오전 4시 반과 10시, 오후 2시 반과 7시) 운영된다.

변명희 대구시청 환경정책과 기후변화팀 전문관은 “깨끗한 물을 끌어 쓰는 게 아니라 어차피 버리는 물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9.1km 도심대로에 매일 4회 물을 뿌리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수돗물 대신 달구벌대로 아래 대구지하철 2호선의 지하수를 생각해냈다. 이 지하수는 지하철 시설물을 손상시킬 수 있어 어차피 모이는 대로 빼내야 하는 물이다.

노즐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자 주변 온도는 순식간에 떨어졌다. 차량 밖 기온을 나타내는 온도계의 숫자가 금세 41도에서 39도로 바뀌었다. 변 전문관은 “물만 뿌려도 아스팔트 온도가 최대 20도까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했다. 폐지하수의 마법인 셈이다.

대구의 도로에선 또 하나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차열(遮熱)재가 그것이다. 차열재란 일반 아스팔트보다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하고 흡수한 열을 빠르게 아래로 전달해 주변 기온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도료다. 서울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대구시도 지난해부터 시청 앞 도로를 포함한 1600여 m² 구간에 이 차열재를 시범적으로 깔았다.

차열재를 바른 대구시청 본관 앞 도로는 주변 도로보다 밝은 회색을 띠었다. 손을 대자 미지근했다. 오후 2시 반 대구 기온은 37.8도. 일반 아스팔트는 펄펄 끓는 프라이팬이었지만 차열재 도로는 확연히 달랐다. 변 전문관은 “차열재 도로 위 기온을 모니터링한 결과 일반도로보다 3, 4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 도시계획에 ‘바람길’ 반영해야

아스팔트 도로와 함께 도시 열섬화의 주범인 시멘트 건물도 변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쿨루프(cool roof) 특공대’라는 자원봉사단을 조직해 저소득가구 10곳을 비롯해 일부 건물의 옥상을 밝게 도색했다. 옥상 색깔만 바뀌었을 뿐인데 빛반사율이 15%에서 80%로 크게 높아지면서 건물 실내 기온이 2∼4도 떨어지는 효과가 났다.

옥상에 텃밭을 가꿔 온도를 떨어뜨리는 녹화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옥상녹화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시가 참가자에게 일부 보조금을 주면 자비를 더해 옥상에 텃밭을 꾸미고 그 결과에 따라 상금을 주는 대회였다. 올해도 이런 유인책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녹화 작업을 계속 독려해 나갈 예정이다.

옥상뿐 아니라 도시 전체 녹화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미 1996년 1000만 그루를 달성한 대구시 가로수는 2018년 현재 3300만 그루에 이른다. 시는 새로 ‘1000만 그루 더 심기’ 운동을 하고 있다. 도시 대부분의 보행로 가로수가 한 줄인 것과 달리 대구 중심가의 많은 보행로의 가로수는 두세 줄로 겹겹이 있다. 덕분에 보행로에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 한낮에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신천(川)에는 ‘도시 바람길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신천 주변에 신규 건축물을 제한해 바람길을 내고 나무를 심어 바람 온도를 낮추는 사업이다. 대구 바람길을 연구해온 김해동 계명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밤새 차가워진 공기는 천을 따라 흐르며 도시를 식히는데, 이 바람길이 막히면 공기가 정체되고 대기오염이 악화된다”며 “바람길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모든 건축과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대구#폭염#대프리카#쿨링포그#클린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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