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국무부 중국담당자들, 한국의 對中정책 방향 탐문하고 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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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양제츠 방한후 비공개로 담당지역 아닌 곳 방문 이례적
국내 중국전문가들도 만나고 가… 4자 종전선언 입장 등 물어봐


미국 국무부의 중국 담당자들이 지난달 비공개로 방한해 한국의 대중 외교정책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는 지난달 중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에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부산에서 따로 접촉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한중 간 밀착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미중 간 ‘패권전쟁’에서 한국만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6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로라 스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겸 중국과장(사진)이 실무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외교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국내 중국 전문가와 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국의 대중 정책 및 입장 등에 대해 심층 조사를 벌였다. 특히 한국이 향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대중 통상정책 대응 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방한하기 전 양 정치국원은 정 실장 등을 만나 한국 정부에 4자 종전선언 참여 및 사드 보복 완화 의사 등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정치국원은 이와 함께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 진행 상황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미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포착한 직후 대응 차원에서 스톤 대행 등을 급파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가 담당 지역이 아닌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살피러 고위 외교관을 현지에 보내는 건 이례적이다. 중국 근무만 3번을 했다는 스톤 대행은 국무부 내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공교롭게도 스톤 대행의 방한 시기는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한국에서 개성공단 및 남북 경협 기업들을 만난 때와 겹친다. 국무부 한국 담당자가 대북제재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단속’에 나서는 동안 중국 담당자는 한국의 대중정책까지 훑고 간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중국과 밀착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현재의 한미동맹과 양국 간 신뢰가 알려진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징후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해찬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을 때부터 한국 내 중국 관련 흐름을 예의주시해왔다.

특히 미국은 최근 2000억 달러(약 225조 원)어치의 중국 제품에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중국이 관세보복 계획을 밝히며 맞대응에 나서는 등 양국 간 통상마찰마저 격화하는 시점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간 갈등 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이 중간에서 어느 한 편을 들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긴밀한 외교적 조율을 통해 동맹국의 불만을 해소하면서 중국과의 협력도 함께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대중정책#미국#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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