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립의대인 도쿄(東京)의과대가 입시에서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깎아 여성 입학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남녀 입학생 비율을 조절해 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가 이 대학의 문부과학성 사립대 지원사업을 둘러싼 독직(瀆職)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불거졌다. 대학 측은 그 대가로 문부성 전 국장(59·체포) 아들을 ‘뒷문 입학’ 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의대 의학부의 일반 입시는 객관식인 1차 시험(영어 수학 과학)에 합격한 수험생이 2차 시험(면접 소논문 적성검사 등)을 볼 수 있다. 그 뒤 학장이나 교수들로 이뤄진 입시위원회가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도쿄의대는 1차 시험 뒤 여학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하는 방식을 취했다. 과거에는 1차 시험을 통과한 남학생의 경우 자동으로 2차 시험 소논문에 가점을 해준 일도 있다고 한다. 대학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 같은 조작을 인정하고 “2010년경에는 이미 암묵의 이해가 정착해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입시의 경우 의학부 의학과에 모두 2614명(남 61%, 여 39%)이 응시했는데 1차 시험 합격자는 남자 67%, 여자 33%였고 2차 시험을 거친 최종 합격자는 남자 82%(141명), 여자 18%(30명)로 남녀 간 격차가 나타났다.
이 같은 조정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2010년 입시에서 합격자의 40%가량을 여성이 차지하면서 가속화했다. 대학 측 관계자는 “점수대로 하면 여성 합격자가 많아지는데 여성은 출산 육아 등으로 이직률이 높다. 남자 의사가 대학병원을 지탱하고 있다는 인식이 학내에 강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학의 여성 합격자 수는 전체의 30% 이내로 조절돼 왔다. 다른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어떤 학생을 뽑느냐는 대학 측 판단이다. 가점은 대학의 재량 범위가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부과학성은 매년 각 대학에 입학생 선발 방법을 모집요강에 기입하고 그대로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대학 모집요강에 남녀별 정원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문부성 관계자는 도쿄신문에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부당한 성차별을 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의대 측은 “사실관계를 내부조사 중으로 적절한 시기에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사회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 대학만 이런 게 아니지 않겠느냐”, “2011년 이후 도쿄의대에 지원했던 여학생들은 집단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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