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투자 稅혜택 ‘당근’… 전문가들 “투자심리 살리기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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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법 개정안]기업 투자-일자리 창출 지원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으로 소득 재분배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는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고용절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세법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구개발(R&D) 설비 등 이른바 혁신성장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고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혜택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올 2분기 시설투자 증가율이 ―6.6%로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에 이른 상황에서 ‘찔끔’ 지원만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혁신성장 시설’ 투자하면 세금 혜택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내년 말까지 취득한 혁신성장 관련 투자 설비에 대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을 대폭 앞당길 수 있는 ‘가속상각’을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로 기업은 설비 도입 초기에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중소기업에 이 제도가 적용된 적이 있지만 대기업에까지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기업들이 연구·인력 개발을 위한 설비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설비투자세액공제 제도도 새로 정비됐다. 인공지능(AI) 구현 장비, 수소·전기충전소 설치 설비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설비들이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공제율이 시설별로 최대 3%포인트 높아진다.

정부는 현재 11개 분야, 157개 신성장 기술에 적용되는 R&D 비용 세금 감면 혜택에 블록체인 기술과 양자컴퓨팅 관련 기술을 추가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적용 기술은 시행령 개정 때 확정할 예정이다. 또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기금이 주식 거래로 이익을 볼 경우 증권거래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 ‘대기업 해외 공장 일부만이라도 돌아오라’


세제개편안에는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다양하게 포함됐다. 우선 해외에 있던 사업장을 국내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대상이 확대됐다. 이전에는 해외 시설을 완전히 폐쇄하고 이전할 경우에만 대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줬지만 이제는 일부만 이전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연구개발특구나 농공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각 지역특구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우선 100억 원 이상 투자를 해야 주던 세제 혜택을 20억 원 이상 투자 및 50명 이상 고용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투자액만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세금 감면 한도를 상시 근로자 수에 비례해 늘려주기로 했다.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제도도 정비된다.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근로소득 감면 기간을 현재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또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가 연간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직무발명보상금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무자가 직무와 관련된 발명을 했을 경우 관련 권리를 기업이나 기관이 가져가는 대신 해당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 “법인세율 인하 등 직접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혁신 성장을 촉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나 고용을 조정할 때는 세금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기업 환경을 보는데 단편적인 세금 감면 위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R&D는 생산시설 자동화와 연계돼 일자리를 늘리기 힘든 한계가 있는데도 정부 지원 내용은 R&D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성장동력 제고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셈이다.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혜택을 일부 확대하는 데 그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인세율 인하나 기업이 최소한 부담해야 하는 세율인 최저한세율 인하 등 좀 더 직접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세법 개정안#소득 재분배#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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