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믹 재거·조지 해리슨, 라디오에서 만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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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테이프(록이 찬란했던 날들의 기록: 1969∼1972)/하워드 스미스 인터뷰·에즈라 북스타인 정리·이경준 옮김/448쪽·3만3000원·덴스토리

저자는 1969년부터 1972년까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당대의 문화 아이콘들을 인터뷰했다. 영화감독 겸 조각가 에즈라 북스타인이 이를 글로 정리해 펴냈다.

부제가 주는 인상과 달리, 대상이 록 음악가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D A 페네베이커(영화감독), 케네스 A 깁슨(정치인), 라켈 웰치, 플로이드 레드 크로 웨스터먼(이상 배우) 등 인터뷰이의 스펙트럼이 넓다. 음악가 가운데도 펠릭스 캐벌리어, 컨트리 조 맥도널드처럼 국내 팬들에게 생소한 이름이 적지 않다.

빛나는 이름을 먼저 들춰봐도 좋다. 캐럴 킹, 믹 재거, 짐 모리슨, 존 레넌과 오노 요코, 조지 해리슨, 재니스 조플린, 에릭 클랩턴….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다룬 대목이 마냥 황금빛인 건 아니다.

저자와 인터뷰이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나 쓸데없는 논쟁이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잦다. 물론 그중에 잔재미도 나온다. 모리슨은 “난 탐욕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늘 돈을 좇았다”며 으르렁댄다. 조플린은 “(밴드에) 여자가 많으면 남자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고 답한다. 클랩턴은 불안한 가창력 탓에 무대에서 공황 상태에 빠진다고 털어놓는다. 운동가 레넌과 명상가 해리슨의 평화에 대한 견해차도 흥미롭다.

다만, 책을 산다면 한동안 서재에만 꽂아둘 각오도 해야 한다.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블랙팬서당(黨), 모터사이클 갱 ‘헬스 에인절스’와 영화 ‘이지 라이더’ 같은 당대의 키워드가 들끓는 즐거움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책 10권이나 다큐멘터리 100편 감상에 추가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중서보다 사료로서 가치가 더 커 보인다. 라디오 인터뷰의 생동감을 전달하기에 번역체가 역부족인 면도 있다. 간결하며 강렬한 디자인은 아름답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미스 테이프#하워드 스미스#믹 재거#조지 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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