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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병역 대신 택한 감옥에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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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병역 대신 택한 감옥에서의 시간

김민 기자 입력 2018-06-02 03:00수정 2018-06-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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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의 몽상/현민 지음/374쪽·1만6000원·돌베개
이상에 현실이 지배되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될까. 저자의 경험을 따라가니 이런 물음이 생겼다.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저자는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476일 동안 수감됐다. 감옥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독방에 머물렀을 때 보이는 풍경, 혼거방으로 옮겨 다른 재소자들과 서열을 맺는 과정, 감옥 내의 규칙과 경제 논리 등이 건조하게 적혔다.

자진해서 감옥에 간 저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돌이켜보려 애쓴다. 그러나 관념에 그쳤던 인간애는 지극히 현실적 공간인 감옥에 적용되지 못한다. 자신을 사회성 없는 서울대 출신 병역거부자로 바라보는 동료 수감인의 시선에 야속함을 느끼지만, 그들 눈에 저자는 배부른 소크라테스일 뿐이다. 징역을 받고 감옥에 왔을지언정 억울하다고 느낄 죄수에게, 신념 때문에 감옥에 온 저자의 모습은 한가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 같은 감옥 문학이 뜸해진 지금, 2000년대판 감옥 이야기를 자처한다. 그러나 성장을 기대하고 감옥에 간 저자는 끝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이 좇았던 이상이 무엇일까 반추하는 계기가 된 걸까? 저자의 머릿속에 품고 있는 사회학적, 정치적 코드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솔직한 심정을 가늠해보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감옥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로도 익숙하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도 동명의 논픽션을 토대로 한다. 미국 사회의 주류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주인공의 경험을 토대로 ‘오렌지…’는 여성, 동성애, 인종에 관한 관점을 여러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저자의 수감생활은 신념에서 출발됐기에 관념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좀 더 편안하게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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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감옥의 몽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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