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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시작한 디자인… 유명 로고는 혼자 다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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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시작한 디자인… 유명 로고는 혼자 다 했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05-11 13:58수정 2018-05-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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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디자이너와 그가 만든 로고 (일러스트 강현주)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의 작품들’이라는 글이 화제를 모았다. 김현 디자이너가 만든 로고인 LG전자, GS, 대우, 카이스트, 대한민국 정부, 농협, 티머니, 알라딘, EBS 등 수많은 로고에 대한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한국 로고들 혼자 다 했다”며 감탄했다.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말을 들은 김현 디자이너(69)는 “진짜냐”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뿌듯한 미소 뒤에는 ‘길고 긴 을(乙)의 삶’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 일군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만히 있으면 일 주나요?


김현 디자이너를 거쳐간 로고는 500개가 넘는다. 이 정도 포트폴리오면 기업에서 “우리 것 좀 만들어달라”라며 줄을 설 것 같지만 완전히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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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디자이너는 “저희를 알고 찾아오는 건 극히 드물다. 공기업이나 정부기관은 100% 공개경쟁이고 웬만한 기업들도 기획서를 받은 후 경쟁 PT(presentation 발표)를 시켜서 선정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입찰에서 승리하는 비결을 묻자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을 해야 된다. 조금 투자하고 많이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시간, 인력 등 모든 에너지를 쏟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고, 그 작품으로 신뢰를 얻어 다음 입찰 경쟁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지난 50년에 가까운 세월을 디자인에 쏟아 부은 결과, 그에게는 500여 개의 작품이 남았다. 그가 만든 관공서, 대기업, 브랜드의 로고가 쏟아지는 길거리가 그의 포트폴리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청정원’을 꼽았다. 김 디자이너는 1995년 ‘미원’이 ‘청정원’으로 바뀌던 시절을 함께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가 잘 먹고 잘 살게 되면서 미원이 화학조미료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회사가 어려워졌다. 이름부터 모든 걸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끗한 자연의 느낌을 살린 네이밍과 로고로 회사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게 됐고, 이는 폭발적인 매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잘 나가던 대기업에 사표→탈락의 연속

김현 디자이너와 호돌이


김현 디자이너는 ‘호돌이 아빠’로 알려져 있다. 88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가 호돌이 디자이너로 선정됐을 때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때였다. 하지만 호돌이 마스코트 후속 작업을 위해 사표를 냈다. 대우 측에서 “회사 안에서 작업해도 된다”고 배려했지만 김 씨가 고사했다.

‘대기업을 그만둘 때 불안한 건 없었냐’고 묻자 김 디자이너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에서 직급이 올라가면서 관리자가 됐다. 후배들 감독하고 수많은 회의에 들어가다 보면 디자인을 못 한다. 퇴사 2년 전부터 회사 생활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를 떠나고 몇 년은 당연히 힘들 거라고 예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 퇴사 후 5명이서 ‘디자인파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4~5년은 프로젝트 입찰 경쟁에서 번번히 실패했다. 그는 “수많은 입찰 공모에 도전했지만 경력 많은 회사와 교수팀에 밀려 여러 번 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떨어질 때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부족한 점을 채워나갔다. 그러자 조금씩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고, 그가 만든 로고들이 히트를 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큰 프로젝트를 끝내는데 드는 시간은 6개월~ 1년 반 정도다. 김 디자이너는 “작업을 맡으면 CI(corporate identity)만 만들지 않는다. 명함, 깃발, 배지, 차량, 간판 등 적으면 150개에서 많으면 300~400개 후속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고를 “기업의 문패”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 조직을 대표하는 거다. 여러 가지 내용을 함축적으로 간단 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 말이 쉽지 어렵다. 어느 기업이든 공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멋있는 로고를 만들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수장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직원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기업을 꼼꼼하게 파악한다. 그 안에서 기업의 강점, 장점, 약점, 문제점 등을 파악해 로고 콘셉트를 잡아 디자인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파크에서 만든 로고가 연표로 정리되어 있다


● 공모전 상금 때문에 시작한 디자인

김 디자이너가 처음 디자인을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어려워져 생활비를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공모전에 수없이 도전했다고 한다. 35번을 떨어지고 36번째에 대상을 탔다. 상금이 30만 원이었는데, 당시 매우 큰 금액이었기에 가족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디자인이 그를 1세대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 가끔씩 후배들을 살피는 고문 역할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50년 디자인 인생에 대해 “비즈니스로 한다는 생각보다는 오래 남는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비록 김 디자이너는 은퇴했지만 그가 만든 로고들은 아직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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