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욱, 안보라인 장악한 김관진 견제하려다 되치기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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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횡 보고’ 기무사 문건 공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과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과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인 2013년 10월 당시 장경욱 국군 기무사령관의 전격 경질은 군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떠들썩하게 한 미스터리 사건이었다. 취임 6개월 만의 이례적 경질이었다. 후임으로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씨와 육사 동기생인 당시 이재수 중장(육사 37기)이 발탁됐고 당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권력 핵심에 의한 되치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도 기무사 보고서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와 청와대 직보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그 미스터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 김관진 전 장관의 인사 전횡 내용 담겨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열람한 기무사의 ‘장군 인사 절차 및 여망’ 보고서에는 김 전 장관의 ‘인사독점’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장관 교체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보고서는 ‘독일육사’(독일 유학파) 출신 중용 문제와 함께 김 전 장관 시절 도입한 ‘우수 군사전문가’ 제도가 장관의 측근 인물 선발에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과 2012년 이 제도를 통해 준장 15명을 선발했는데, 김 전 장관과 인연이 있는 사람 4명이 발탁됐다는 것. 이 의원은 “이 제도를 통해 당시 김 장관은 이전까지 장군 승진에서 4차례 탈락한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의 주역인 연제욱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육사 38기)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또 “류성식 전 인사참모부장(육사 39기)은 3차 준장 진급자임에도 1차에 사단장으로 진출시킨 후 조기에 인사참모부장직에 보직시키는 등 특혜를 부여해 군내 비난 여론이 무성하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보고서 기재 사항과는 별개로 김 전 장관의 인사 전횡의 사실 여부는 증거로 입증돼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당시 군 내부에 퍼져 있었다.


○ 김관진 vs 장경욱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직보 문제는 단순 규정 위반은 될 수 있어도 지휘체계 문란은 아니라는 게 군 내부의 일반적인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령부령에 따르면 사령관은 장관의 명을 받아 업무를 총괄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장 전 사령관이 장관을 건너뛰고 청와대에 직보한 행위는 일단 규정 위반이자 지휘체계 문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군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 직보는 청와대의 하명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장 전 사령관의 행위를 지휘체계 문란으로 볼 순 없다는 것이다.

장 전 사령관의 해임은 일부 주요 야전 지휘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확인하고 주의와 경고를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경질 직후 돌았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의 육사 동기(37기) 중 일부의 불합리한 행태를 들추다가 ‘부메랑’을 맞았다는 것이다. 지만 씨 동기 관련 보고서 내용은 이날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장 전 사령관 경질 이유에 대해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능력이나 자질 등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진급 심사에서 누락돼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답했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국방·안보 라인은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 전 장관이 장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장 전 사령관이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기 위해 청와대에 김 전 장관의 인사 전횡을 보고했다가 오히려 국방부에 ‘되치기’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 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손효주·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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