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정시설 과밀수용은 기본권 침해” 첫 국가배상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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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같은 국가 교정시설에서 수용공간이 좁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일정 규모 이하 면적의 구치소 거실에 수용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첫 배상 판결이다. 유사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고법 민사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31일 A 씨와 B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08년 2월~9월 부산구치소에, B 씨는 2008년 6월~2011년 7월 부산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됐다. 이들은 좁은 방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지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14년 2월 “과밀 수용이 원고들의 인권을 수인한도(受忍限度·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을 정도로 침해했다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교정시설의 1인 최소수용 면적을 2㎡로 보고 두 사람이 이에 못 미치는 공간에 수용된 기간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기간이 186일인 A 씨에게 150만 원, 323일인 B 씨에게 300만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1인 당 수용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좁을 경우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교정 시설 신축의 어려움 등과 같은 사정만으로 과밀 수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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