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교사조차 못 믿겠네”… 아들 문자 뒤져보는 학부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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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과 성관계 여교사에 충격
인터넷 신상털기 기승… 경찰 수사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하명선 씨(44·여)는 30일 아들의 스마트폰을 뒤져 봤다. 제자를 꼬드겨 성관계를 맺은 교사가 피해 학생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사진을 전송했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다. 하 씨는 “젊은 여성인 담임으로부터 온 문자가 있어 가슴이 철렁했으나 다행히 숙제 관련 내용이었다”며 “아들에게 ‘담임선생님은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등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여교사가 미성년자의제강간(13세 미만에 대한 간음)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미성년 아들을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들의 스마트폰을 훔쳐보거나 담임교사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직접 확인해 보려고 면담을 신청하는 부모도 생겼다.

이번 사건으로 여교사를 아이의 담임으로 선호하던 분위기도 수그러들 조짐이 엿보인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 강모 씨(45·여)는 “학원이든 학교든 엄마같이 잘 챙겨줄 것 같아 기혼 여성 선생님을 선호했다”며 “이젠 여교사에게도 더 이상 안심하고 아들을 맡기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1남 1녀를 둔 남모 씨(42·여)는 “중학생 딸에게는 아무리 선생님이어도 남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이젠 아들도 조심시켜야 하게 생겼다”며 “교사를 뽑을 때 정신감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사들도 충격을 받고 있다. 많은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은 성(性)에 눈을 뜰 나이이기에 오히려 조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6년 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29·여)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해당 교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노출 많은 의상을 입지 말라는 공문도 내려올 정도로 교사들이 항상 조심하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2차 피해도 이어졌다. 피의자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다른 여교사 2명의 사진과 실명 등이 인터넷에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교장 A 씨는 “요새는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녀 이 같은 사실을 다 안다”며 “‘학교 이름이 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는 차단된 상태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신규진 기자 / 창원=강정훈 기자
#여교사#성관계#초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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