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에 단단히 뿔난 중국동포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30일 06시 57분


영화 청년경찰. 사진제공|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청년경찰. 사진제공|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범죄 온상 대림동 등 조선족 부정적 묘사
대책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염두


영화 ‘청년경찰’ 때문에 중국동포(조선족)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들을 범죄 집단으로 묘사하거나, 거주지를 범죄소굴로 그리는 데 따른 항의다. 이들은 ‘청년경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재한동포총연합회 등 30여개 단체들은 ‘중국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하고 최근 한국영화 속 중국동포 묘사가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명 허구의 이야기인데도 중국동포를 악의적인 묘사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시킨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집단 항의의 기폭제가 된 ‘청년경찰’(제작 영화사무비락)은 경찰대학생인 두 청년이 우연히 목격한 납치사건을 통해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내용. 500만 관객 동원을 앞둘 정도로 흥행몰이 중이지만 그 인기의 이면에서 꾸준히 비판의 시선을 받아왔다.

‘청년경찰’에는 서울 대림동이 주요 배경이다. 실제로 중국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주인공 두 청년은 소녀를 납치한 인신매매조직을 뒤쫓다 대림동으로 들어서고, 그 곳에서 범죄를 일삼는 범죄자들과 만난다. 이들은 모두 ‘조선족’으로 묘사된다.

영화에는 중국동포로 이뤄진 범죄조직이 인신매매한 어린 소녀들을 폐건물에 감금한 장면은 물론 그 곳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진다. 중식당을 근거지로 둔 범죄조직이 청년들을 구타, 고문하는 장면도 있다. 영화 속 택시기사는 대림동을 “경찰도 손대지 못하는 동네”라고 말한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은 중국동포와 대림동을 범죄 온상으로 설정한 데는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미국영화도 냉전시대에는 항상 적군은 러시아였다”는 감독은 “‘신세계’ 이후 조선족이 적으로 나오는 영화가 늘었는데, 어떤 편견을 갖고 있지 않고 영화적인 장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2010년 나홍진 감독이 영화 ‘황해’에서 중국동포를 청부살인업자로 그려낸 것을 시작으로 ‘신세계’ ‘차이나타운’ ‘아수라’까지 인기 범죄영화들이 같은 설정을 답습해왔다. 이들 작품에서 중국동포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잔혹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 집단으로 줄곧 그려졌다. 9월 개봉하는 마동석·윤계상 주연의 ‘범죄도시’ 역시 중국동포로 이뤄진 범죄 집단들에 관한 이야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책위는 ‘청년경찰’ 제작진에 사과와 함께 ‘영화 내용은 허구’라고 명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에 제작진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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