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임차료-논문 심사비로 1억원… 대학원생 주머니 턴 국립대 갑질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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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부풀려 5500만원 가로채고 일부는 가족 생활비로 외국 송금
피해자 “논문 통과위해 어쩔수 없어”

2011년 11월 한 국립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던 A 씨는 교수 B 씨(49)가 BMW 승용차를 리스(임차)할 계획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B 씨는 논문 지도교수였다. A 씨는 이 소식을 다른 대학원생 10여 명에게 알렸다. 그리고 “임차료를 우리가 내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걷어 매달 B 교수 계좌로 보냈다. 2015년까지 학생들이 대신 낸 BMW 임차료는 약 5043만 원.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교수가 논문 심사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심장병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B 교수의 황당한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학원생 31명으로부터 석박사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5890만 원을 받아 챙겼다. 학생들은 1인당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현금을 건네거나 계좌로 송금했다.


B 교수는 또 2010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자신의 연구과제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인건비 등을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 등으로 산학협력단으로 5500만 원가량을 받아 가로챘다. B 교수는 학생들 계좌를 직접 관리하거나 노골적으로 “받은 연구비를 달라”고 해 돈을 챙겼다.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 박광섭)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B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B 교수는 학생들에게서 받은 돈에서 매달 1000만 원씩 외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의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송금했다. 이 사건은 B 교수로부터 폭언을 들은 한 대학원생이 진정서를 제출하며 불거졌다. 검찰은 B 교수가 뇌물 등으로 불법 취득한 이익을 모두 환수 조치할 계획이다. B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차량 임차료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냈고 논문 심사비도 다른 심사위원 거마비 등으로 모두 썼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장검사는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대학원생을 착취하고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일부 교수의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라며 “사회적 약자를 울리는 갑질 범죄를 계속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대학원생#국립대#교수#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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