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이어 셀트리온도 떠나나” 코스닥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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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임시주총서 코스피 이전 논의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가능성에 코스닥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마저 코스피로 옮길 경우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의 ‘2부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효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과거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둥지를 옮긴 기업들의 주가 역시 제각각이었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은 코스닥보다 코스피 시장이 주가 상승에 유리하고, 공매도 위험이 작다는 이유로 이전 상장을 요구하고 있다. 코스닥 투자에 소극적인 국내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코스피로의 이전이 반드시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통상 이사회에서 이전 상장을 결의하면 기대감에 곧바로 주가가 뛰었지만 정작 옮긴 뒤에는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달 10일 코스피로 무대를 옮긴 카카오는 이사회를 통해 이전 상장을 결의하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한 달여간 주가가 14.90% 뛰었다. 하지만 이전 상장일부터 7거래일간은 주가가 오히려 1.47% 하락했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이전 상장보다는 카카오뱅크 출범에 따른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11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하나투어의 경우 이사회 결의부터 이전 상장 후 7거래일간 주가가 27.94%나 하락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코스피로 이전한다고 해서 주가가 더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셀트리온이 공매도로 몸살을 앓아 왔다는 점도 코스피 이전의 근거가 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은 1조1683억 원으로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해 지수에 편입되면 공매도가 근절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는 경우 오히려 공매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 시장이 3조5000억 원, 코스닥은 5000억 원 수준이었다. 또 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공매도를 하는 만큼 이들의 거래 비중이 높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더 쉽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피 이전 상장 논의를 할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이 코스피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전 상장에 따른 효과가 엇갈리는 만큼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전이 결정되면 문제는 그 이후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마저 코스닥을 떠나면 코스닥 시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황세운 실장은 “코스닥 시장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가 코스닥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활발히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 투자를 막는 획일적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셀트리온 이전을 막기 위해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하며 적극적으로 코스피 이전을 만류하고 나섰다. 하종원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장은 “코스닥 우량종목을 코스피200에 편입시키거나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아우르는 지수의 마련을 검토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민기 minki@donga.com·박성민 기자
#셀트리온#코스피#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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