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안정적 연극 위해 사업 확장 무리수?…“연극인 월평균 수입 114만원”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8월 2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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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 프로젝트’ 등 대학로 뮤지컬과 연극을 다수 제작해온 최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대표(49)가 2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성동구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최 대표가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는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2011년 배우 김수로와 의기투합해 만든 ‘김수로프로젝트’를 비롯해 ‘발칙한 로맨스’, ‘이기동 체육관’, ‘택시 드리벌’ 등 연극 및 뮤지컬을 잇달아 내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공연 외에 교육, 국외사업 등에 무리하게 손을 뻗으면서 90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이달 초 회생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연극 분야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방편으로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게 화근이 된 것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최진 대표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올라가지 않은 공연을 가지고 투자를 받는다는 건 시쳇말로 사기꾼 기질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사기꾼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도주한 사람보다 더한 사람은 어디선가 이름만 바꿔서 작품을 계속 올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사기꾼 이야기를 듣는다면 억울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연극인의 상당수가 보수가 일정치 않아 저소득층에 속한다. 서울문화재단의 201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의 월평균 수입은 114만 원. 한 달 수입 150만 원 이하가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50만 원도 못 버는 연극인도 30%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작은 보금자리도 마련하기 어려운 연극인들이 많다. 2015년에는 배우 김운하 씨가 시내 고시원에 홀로 살다가 지병으로 고독사했다. 뒤이어 배우 판영진 씨가 생활고로 집을 잃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최모 씨(35)도 “매달 무대에 서고 방송 드라마에도 얼굴을 내미는, 그 나름대로 ‘잘나가는’ 배우도 대리운전 같은 부업을 병행하지 않으면 서울에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대표는 숨지기 전 회사 소속 직원들에게 사회관계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회사 직원과 유가족 등을 상대로 최 대표가 숨지게 된 배경을 조사 중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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