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의 특명 “200cm 최준용, 이란 가드 흔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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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아시아컵 20일 운명의 4강전
8강서 필리핀 대파 공격은 자신감
218cm 하다디로 가는 패스 막게
기동력 갖춘 장신 앞세우는
‘3-2 드롭존’ 수비 집중 연마

최준용(왼쪽 사진)과 하다디
최준용(왼쪽 사진)과 하다디
당초 고전이 예상됐던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폭발적인 야투와 다양한 변칙 수비로 4강에 진출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난적 필리핀을 118-86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4강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한다. 이란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거물 센터 하메드 하다디(218cm)가 버티고 있어 상당히 버겁다. 이란을 꺾으면 2003년 이후 14년 만에 결승에 오르게 된다. 한국은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국은 12강 토너먼트와 8강에서 일본과 필리핀을 대파하며 자신감이 한껏 올라와 있다. 필리핀전에서는 3점 슛 21개를 시도해 16개를 성공(성공률 76.2%)시키며 절정의 슛 감각을 보여줬다. 평균 신장이 한국보다 작은 일본과 필리핀전에서는 공수에서 과감한 시도를 했다. 포인트가드 김선형(SK)이 외곽으로 오세근(KGC)을 불러 벽으로 활용하면서 집요하게 골밑을 파거나 양 측면 슛 기회를 열어줬다. 이정현(KCC)은 신장이 작은 전담 수비를 앞에 두고 자신 있게 3점 슛을 던졌다. 공 배급에 치중하던 장신 가드 최준용(SK)도 상대 수비가 이정현 등에 시선이 쏠려 공간이 생기면 가차 없이 슛을 던졌다. 수비에서도 지역 방어를 서다가 순간 개인 방어로 전환하면서 발이 빠른 필리핀 선수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하지만 이란은 다르다. 니카 바라미, 마흐디 캄라니가 은퇴했지만 모하메드 잠시디(198cm), 야크찰리(195cm) 등 포워드들의 높이가 만만치 않은 데다 파워와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어 특히 공격에서 슈터들의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역시 관건은 하다디 봉쇄다. 하다디는 이번 대회에서도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8득점, 11리바운드에 도움도 7개나 기록하고 있다. 2015년 대회에서 이란을 상대했던 김동광 전 남자 대표팀 감독(MBC스포츠플러스 농구해설위원)은 “하다디를 막으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결국은 적당한 시점에 2, 3중으로 수비를 붙여 계속 귀찮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 오세근이나 이승현(상무)이 힘에서는 밀리지 않기 때문에 파울 트러블을 피하면서 적극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위해 허 감독이 공을 들인 ‘3-2 드롭존’ 수비가 하다디에게 통할지 관심이다. 허 감독은 고려대 이민형 감독이 자주 사용했던 이 수비 형태를 조금 수정해 대회 전부터 다져왔다. 드롭존은 3-2 지역 방어의 변형이다. 앞에 3명, 뒤에 2명을 배치하는데 앞선 가운데에 장신이면서 기동력이 있는 선수를 포진시켜 상대 가드의 패스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비다. 이 선수는 상대 센터가 공을 잡으면 뒷선 2명과 함께 협력 수비에도 가담한다. 2m의 장신인 최준용의 역할이 이란전에서 중요해진 이유다. 김 전 감독은 “하다디에게 투입되는 패스를 조금만 지연시켜도 이란 전체의 공격 리듬이 깨질 수 있다”며 “드롭존은 수비가 성공하면 속공으로도 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잘만 운영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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