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최무배의 투혼 “감동이었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7일 05시 45분


최무배. 사진제공|로드FC
최무배. 사진제공|로드FC
열일곱 어린 제이크 휸 상대로 0-3 판정패
최무배 “기죽은 아재들 위해 끝까지 승부”
4연승 좌절 이예지 “더 성장하겠다” 다짐

8월 12일 원주에서 펼쳐졌던 XIAOMI ROAD FC 041이 뜨거운 열기 속에 종료됐다. Dangerous 명현만(32, 팀강남/압구정짐)과 Huggy Bear 크리스 바넷(31, 바넷 태권도 아카데미)의 재대결,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8, 팀 제이)의 4연승 도전, 아재 최무배(47, 최무배짐)의 투혼까지 다양한 스토리의 경기들이 펼쳐졌다.

● 감동을 준 아재 최무배의 투혼

운동선수들의 전성기는 보통 30대 초반까지다. 그 이상으로 나이가 올라가면 신체 능력이 저하된다. 당연히 전성기에서도 내려온다. 그래서 40대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건 극히 드물다. 40대 후반의 ‘아재 파이터’ 최무배가 12일 케이지 위에 올랐다. 이미 전성기에서 내려온 지 한참 지난 파이터다. 모두들 은퇴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전쟁터에 몸을 던졌다.

최무배의 상대는 미국의 제이크 휸. 최무배보다 무려 열일곱 살이나 젊다. 경기에서도 우세는 제이크 휸의 몫이었다. 스피드에서 앞서 빠른 타격으로 최무배에게 데미지를 줬다. 펀치는 물론 킥으로 최무배가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했다. 결국 최무배는 판정 결과 0-3으로 졌다.

경기가 끝나고 최무배는 박수를 받았다. 상대의 타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최무배는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에게 맞아서 코피가 나더라도 3라운드까지 버텼다. 기죽은 아재들을 위해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예지의 경기 장면. 사진제공|로드FC
이예지의 경기 장면. 사진제공|로드FC

●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 4연승 좌절 후 눈물의 다짐

19세 여고생 이예지도 케이지로 올랐다. 그라운드 기술 위주로 싸우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일본의 마에사와 토모를 상대로 타격전을 벌이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케이지를 넓게 쓰면서 공격해 상대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1라운드에서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줬다. 2라운드에서는 상대에게 밀렸다. 장점인 그라운드 기술에서 열세를 보이며 완전히 분위기를 내줬다. 하위 포지션에서 빠져나와 상황을 바꾸기도 했지만, 2라운드의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판정 끝에 졌다. 눈물을 쏟았다. 이예지는 “4연승의 부담과 욕심이 과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에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타격에 비중을 두다보니까 내가 잘하는 그라운드는 신경을 많이 못썼다. 이번 경기 이후로 더 열심히 연습해서 큰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예지는 성장하는 중이다. 패했다고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이번 패배가 오히려 더 큰 선수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Dangerous 명현만, 화끈한 KO승 크리스 바넷에게 감사한 마음 전해

명현만이 화끈한 승리를 신고했다. 자신의 장점인 타격으로 크리스 바넷을 꺾었다. 명현만의 묵직한 펀치에 크리스 바넷은 정신을 잃은 채 앞으로 쓰러졌다. 두 사람의 경기는 이번이 2번째였다.

1차전은 크리스 바넷의 눈 부상으로 예상치 못하게 끝났다. 명현만이 승리했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크리스 바넷도 부상으로 끝까지 싸워보지 못해 아쉬워했다. 결국 두 파이터는 다시 맞붙었다. 1차전보다 준비도 더 많이 했다. 특히 직전 경기에서 아오르꺼러에게 의도하지 않은 국부타격(로블로)으로 경기를 무효로 만든 명현만은 신경을 더 썼다.

그러나 이번에도 로블로가 나왔다. 명현만이 니킥을 시도하던 중 크리스 바넷의 중요 부위를 강타했다. 의도치 않은 사고였어도 명현만이 두 경기 연속 로블로를 저질러 난감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크리스 바넷은 경기를 감행했다. 그리고 난타전을 벌여 명현만의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로블로로 인해 승자와 패자가 갈려 또 다시 아쉬움을 남긴 승부였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