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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아지트 같은 밥술집… 손님 요청따라 매일 다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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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아지트 같은 밥술집… 손님 요청따라 매일 다른 메뉴

강승현 기자 입력 2017-08-16 03:00수정 2017-08-1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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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주중앙시장 ‘담담정’ 황주환 대표
강원 원주시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에서 담담정을 운영하는 황주환 대표(왼쪽)와 어머니 정현재 씨(59). 황 대표는 “큰돈을 벌기보다 평범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아지트 같은 식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아지트 같은 식당을 만들고 싶었다. 마음먹고 찾아오는 특별한 공간이 아닌, 오고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를 수 있는 ‘평범하고 편안한’ 곳이길 바랐다.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 있는 동네 전통시장은 그런 그의 바람을 담기에 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황주환 담담정 대표(36)는 6개월여의 준비 끝에 6월 강원 원주시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 2층에 식당을 열었다.

10일 가격 흥정이 한창인 시장 골목을 가로질러 계단을 오르자 길목 귀퉁이에 ‘담담정’이란 이름의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서너 개와 바(bar) 형태의 좌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선술집이었다. 주방에선 황 씨와 그의 어머니가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특이한 건 손님들이 따로 주문을 하지 않고 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낮에는 밥집이고 해가 지면 술집이 되는 담담정의 점심 메뉴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전날 손님들이 식당 앞 칠판에 원하는 메뉴를 적어 놓으면 그날 오후 메뉴를 선정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지하는 식이다.

이날 점심은 파인애플이 들어간 하와이안 볶음밥. 3개월째인 지금까지 메뉴가 중복된 적은 없다. 가격은 음식 종류에 상관없이 매일 5000원으로 동일하다.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매번 바뀌는 메뉴를 지금껏 별 탈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모두 황 씨의 어머니 덕분이다.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온 어머니가 주방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황 씨의 창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바리스타인 그는 특기를 살려 2013년 카페를 차렸다. 장사도 그럭저럭 잘됐다. 그러던 중 친구의 제의로 펍(pub)을 함께 운영하게 됐다. 그런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큰불로 부모님 집이 전소됐고 부모님은 예순의 나이에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뒤늦게 직장을 구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황 씨는 가게를 친구에게 넘기고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차렸다. 요리가 있는 주점을 만들고 싶었다. 요리 베테랑인 어머니와 함께라면 잘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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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는 도심 한복판은 임차료 부담이 컸다. 마침 전통시장 내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몰’이 조성되고 있었다. 청년몰은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상인들의 창업을 돕는 동시에 전통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 사업이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초기 인테리어 비용과 일정 기간 임차료 등을 지원받는다. 창업 관련 실무교육과 컨설팅도 무료로 지원한다.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 2층에도 지난해부터 청년몰 조성사업이 시작돼 청년상인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았다.

청년몰이 들어서기 전 시장 2층은 그야말로 폐허에 가까웠다. 빈 점포와 창고가 그대로 방치돼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황 씨는 “시장 2층은 비행청소년들의 탈선 장소이자 사람들이 꺼리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년몰이 조성되면서 이곳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공방, 수제맥주 샌드위치 전문점, 꽃집 등이 자리를 잡았고 곳곳에 눈길을 끄는 예술 작품들이 설치됐다. 황폐화됐던 시장 2층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면서 전통시장을 꺼리던 20, 30대 젊은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청년몰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젊은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새롭게 꾸며진 공간이었지만 황 씨는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전통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점포의 본래 형태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공사를 했다. 낡은 진공관 라디오, 빛바랜 잡지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인 것들도 모두 이곳에 버려져 있던 물건들이다. 바닥이나 테이블, 의자 등도 전통시장과 분위기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황 씨는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전통시장과의 이질감을 줄이자는 생각이 컸다”면서 “전통시장 특유의 매력과 청년몰의 신선함, 이 두 가지를 모두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젊은층뿐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손님들도 부담 없이 식당을 찾는다.

황 씨는 가게의 분위기뿐 아니라 청년상인들과 기존 시장상인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식재료 대부분을 시장에서 구입해 쓰고 있고, 상인분들과 되도록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면서 “조만간 함께 야유회를 떠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담담정은 아직 북적거릴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황 씨는 ‘돈’보다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말씀 담(談)자와 즐길 담(>)자를 따 가게 이름을 지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당장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모여 계속 오고 싶은 식당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꿈을 이야기했다.

원주=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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