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인 우월주의 반대’ 시위대에 차량 돌진… 20명 사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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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저지른 20세 男 현장서 체포… 버지니아주 비상사태 선포
주지사 “극우단체 집에 가라” 비난… 경찰관 2명 헬기 추락 사망 사고도
극우단체, 리 장군 동상 철거 항의… 흑인 단체 등 맞불집회로 충돌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집회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백인 우월주의에 항의하는 맞불 시위대를 향해 승용차 1대가 돌진하면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 또한 다른 충돌 과정에서 최소 15명이 다쳤다. 시위 안전을 지원하던 경찰 헬기가 추락하면서 경찰관 2명도 숨졌다.

경찰은 백인 우월주의 반대 시위대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한 오하이오주 출신 제임스 앨릭스 필즈 2세(20)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사고로 맞불 시위에 참여한 여성 헤더 하이어(32·법률 보조원)가 숨졌다. 백인 우월주의를 둘러싼 폭력 사태로 백인이 백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AP통신은 “필즈가 살인과 상해 혐의로 구금된 상태”라며 “지난해 공화당 당원으로 가입한 전력이 있으며 평소 우울한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과 버지니아주 검찰이 차량 돌진 사고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샬러츠빌의 폭력과 죽음은 미국 법과 정의의 심장을 공격했다”며 맹비난했다.

이날 백인 우월주의 시위에는 6000여 명이 몰려 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나치 상징 깃발과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피와 영토”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KKK) 휘장을 들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이에 흑인 민권단체 등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가 격화되자 버지니아 주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사태가 악화될 경우 주 방위군까지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사태의 책임을 극우단체들에 돌리며 “집으로 가라. 이 위대한 주에서는 당신들이 필요 없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가 촉발된 것은 4월 샬러츠빌 시의회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리 장군 동상은 오래전 남부연합 기념물로 지정됐으나 반대 진영에선 백인 우월주의 상징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앞서 시의회는 남북전쟁 장군들의 이름을 딴 공원 명칭도 해방공원 정의공원 등으로 바꿨다. 시의회의 철거 결정 한 달 뒤인 5월 버지니아 주법원은 철거 작업을 6개월 연기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폭력 사태의 책임을 ‘여러 편(many sides)’으로 분산시켜 비난을 샀다. 그는 이날 시위에 대해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대안 우파’의 행동을 특정해 비판할 때까지 그는 자기 일을 마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답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등장을 전후로 기세등등해진 ‘극우파’의 민낯을 보여준 참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태어날 때부터 피부색이나 출신, 종교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는 사람은 없다”며 갈수록 인종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트럼프 세태’를 비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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