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넘나… 재진입 기술이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北, 핵탄두 소형화… 60개 보유”
DIA “이르면 내년 美본토 타격 능력”
北, 핵보유국 문턱까지 도달…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 주장
우리軍 “아직 제대로된 능력 못갖춰”

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대로라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중대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섬뜩한 표현을 두 차례나 반복한 것도 ‘레드라인’에 다가서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풀이된다.

DIA는 또 북한이 이르면 내년 핵탄두를 실은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12∼30개 정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보고서는 최대 60개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소형 핵탄두 시험에 성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전력화하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더 힘든 관문을 넘어야 한다.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충분히 튼튼한 재진입체를 보유하려면 5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FT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의회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다고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달성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올해 초 발간된 ‘2016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상당한 수준’이지만 소형화를 완성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 군의 일관된 평가다. 통상 핵탄두는 무게 1000kg 이하, 지름 90cm 이내 수준이면 소형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시험발사에 두 차례 성공한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에 1000kg 안팎의 비교적 덜 소형화된 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지난달 28일 ‘화성-14형’ 2차 발사에 성공한 이후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가장 우려하는 건 북한이 핵탄두를 더 이상 소형화하지 않고 1000kg 선까지만 줄인 뒤 ICBM에 탑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 재차 ICBM 확보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벽히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는 ‘블러핑’이라는 입장이다. 자세제어 기술이나 재진입체 표면이 균일하게 깎여 나가게 하는 ‘삭마 기술’ 등 고난도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핵탄두를 정확한 위치에 도달하게 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손효주 기자
#북한#핵#레드라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