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거래 절벽’ 장기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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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테크 상담실]<6·끝> 재개발도 8·2대책 사정권


9일 오전 서울 한남 뉴타운 사업구역인 용산구 보광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심윤주 통일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따지지도 않고 사갔는데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부터는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시세보다 3000만 원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웠다.

‘8·2대책’ 여파로 서울 재개발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 사업 특성상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규제책 쏟아지는 재개발

8·2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개발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가 어려워진다. 재개발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이후부터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도 재건축과는 달리 재개발 조합원은 아무런 제약 없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

또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조합원 분양에 당첨된 경우에는 앞으로 5년간 해당 가구원 모두가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아파트를 재당첨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재개발 일반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에만 재당첨이 제한됐으나 대상이 조합원 분양분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9월 중 관련법을 개정해 ‘올해 12월 이후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는 재개발 단지’부터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국토부의 계획대로라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사업지 가운데 아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곳들이 새로운 규제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재개발 사업지는 모두 108곳. 투기과열지구에 속하는 경기 과천시와 세종시에는 현재 재개발사업이 없다.

여기에 9월부터는 재개발 사업으로 들어서는 주택 중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서울에선 전체 주택의 10% 이상, 나머지 지역은 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 일부 지역 거래 절벽 가능성

이 같은 겹겹의 규제에 서울 재개발 시장은 급랭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곳뿐만 아니라 사업 속도가 빨라 ‘풍선효과’가 기대됐던 곳마저도 거래가 끊겼다.

서울 한남 뉴타운은 아직 조합만 설립된 상태지만 입지가 좋아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며 서울 재개발의 ‘대장주’로 불렸던 곳. 특히 새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몇 달간 호가가 급격히 뛰기도 했다.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두 달 전만 해도 5억 원 하던 전용면적 60m² 단독주택 호가가 최근 7억 원까지 올랐었는데 이번 대책 발표로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일단은 대책의 여파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8·2대책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은 올해 3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8·2대책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거래가 끊겼다.

김종선 신세계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연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둔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역시 시세보다 2000만 원 싼 급매물이 나왔지만 매수 문의가 실종된 상태다.

○ 재개발사업 수요자 관심 줄어들어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재개발은 사업 속도가 느리고 조합원 간 지분 관계도 복잡해 재건축에 비해 투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데다 정부 규제까지 강화된다고 하니 재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과 열기가 식어 버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라면 서울 내 재개발 구역 주택부터 처분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 팀장은 “거래 절벽이 당분간 이어지고 이후에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다주택자라면 재개발 주택을 우선적으로 매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투기 수요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라면 재개발 지역에서 나오는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재개발#부동산#8·2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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