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리용호 굉장히 천천히 답변… 생각 많이 하는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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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채택 이후]첫 다자외교 무대 소회 밝혀
“장관으로 참석하니 확실히 달라… 한반도 안보 현안의 무게 실감
베를린구상 亞지지 얻어내 성과… 시간 부족해 왕이에 사드 항의못해”

“장관으로 참석하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네요.”

3박 4일간의 필리핀 마닐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일정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귀국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유엔본부와 외교부 본부 근무 시절에도 찾은 ARF였지만, 장관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데뷔 무대였던 만큼 어깨가 무거웠다는 의미였다.

이번 ARF 회의에서 강 장관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 각국 장관들로부터 환대를 받아 ‘북핵 외교를 다룰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날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선 통역 없이 45여 분간 영어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유엔에서 쌓은 세련된 매너와 영어권에서 ‘salt and pepper’(흰 소금에 검은 후추가 곁들여졌다는 의미)로 불리는 특유의 회색 단발머리로 회의장을 누볐다.

연령대도 비슷하고 같은 여성인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는 회담 내내 “‘케미스트리’(호흡)가 좋았다”고 한다. 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의 중요성, 북핵 등 우리의 안보 현안의 무게를 실감한 자리였다”고 말한 뒤 “마닐라 회의에 직접 참석해 보니 미중일러는 물론 많은 참가국들이 아세안에 대한 외교 공세를 펴고 있더라”며 아세안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담긴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대해 아세안+3(한중일), EAS(동아시아정상회의), ARF에서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을 얻은 게 제일 성과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다만 각국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 시간이 짧았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항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3분 만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리 외무상의 인상이 어땠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말을 굉장히 진중하게, 천천히 답변을 하더라. 말하면서 뒤에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닐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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