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의 기다림, ‘10승 꽃’ 피운 지현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8일 05시 45분


지현욱
경정 4기 데뷔…눈에 띄지않은 성적
꾸준한 훈련·자기관리 ‘최고의 시즌’


자기관리는 프로선수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 중 하나다. 뛰어난 기량과 꾸준한 자기관리로 슬럼프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뛰어난 기량으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자기관리 부족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도 있고, 반대로 꾸준한 자기관리로 뒤늦게 성적이 만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도 있다.

경정도 마찬가지다. 요즘 4기 지현욱은 대기만성형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뒤늦게 실력이 만개하며 올해 가장 핫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현욱은 2005년 데뷔 첫 해에는 저조한 성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동기생 구현구, 신동길, 김세원 등이 10승 이상 거두며 패기 넘치는 첫 해를 보내는 동안, 그는 53회 출전해 1착 1회, 2착 6회, 3착 7회로 부진했다. 평균 스타트도 0.28초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뷔 2년차인 2006년에는 4승을 기록했다. 휘감기 2회, 찌르기 2회로 우승했다. 첫 해 보다는 평균 스타트(0.23)가 향상됐지만 입상전법의 빈도는 비슷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2년 연속 7승을 올리며 어느 정도 경정에 눈을 뜬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우승 횟수가 9승에 불과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반기별 성적 하위자에게 주는 6개월 경주 출전 제외의 주선보류라는 제재도 받았다.

지현욱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훈련과 자기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고 버텼다. 그 결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주선보류 제재 이후 2014년 다른 선수에 비하면 대단할 것 없는 성적이지만 데뷔 이후 개인 최고인 8승을 따냈다. 평균 스타트도 0.22초로 향상됐다. 입상 전법은 1코스 3회 출전 경기에서 인빠지기 3회, 3·4코스 출전경기에서 휘감기 4회 등 주도적인 경주운영으로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2년 간은 출전횟수가 적어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영종도 경정훈련원에서 훈련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기만성의 꽃을 활짝 피운 것은 올 시즌이다. 후반기에 돌입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10승을 기록했다. 1코스에서 5회, 2코스 2회, 4·5·6코스 각 1회씩 우승했고, 전법은 인빠지기 5회, 휘감기 4회, 찌르기 1회였다. 모터 배정운도 많이 따라주었지만 무엇보다 스타트 집중력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이며 전체적으로 경주를 주도해 나간 점이 고무적이다. 좋은 성적과 함께 개인 상금 순위도 7위에 오르며 기세를 높이고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상황이라 출전 횟수에 따른 상금 획득금액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경정 전문가들은 “선수의 기량 향상은 꾸준한 연구와 노력하는 자세에서 이뤄진다”며 “지현욱 선수는 영종도 훈련원에서 꾸준한 스타트와 선회 연습을 통해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탄만큼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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