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한국마운드… 더 이상 편할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로야구 장수 외국인 투수들

지난해 프로야구 시상식 때 일이다. 당시 정규시즌 다승(22승),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 3관왕에 오르고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니퍼트(36·두산)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훌륭한 팀에서 뛸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그래서 더 감격스럽다. 나도 아직 두산에 줄 수 있는 게 남았다고 생각한다. 매일 거울 앞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짐대로 203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니느님(니퍼트+하느님)’의 구위는 올해도 여전하다. 지난달 27일 kt전 승리로 니퍼트는 2007년(리오스·90승) 이후 10년 만에 외국인 투수 최다승(91승)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제 외국인 투수 사상 첫 통산 100승까지도 9승만 남았다. 통산 100승은 이제껏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른 1210명의 선수 중 28명만이 낸 기록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20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47, 11승(6패)으로 호투 중인 니퍼트에겐 결코 머지않은 미래다.

7시즌 연속 한국 무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역시 니퍼트가 최초다. ‘최장수 개근 외인’인 니퍼트는 다른 선수들과 뭐가 달랐을까. 이 질문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잘 던진다”는 부정할 수 없는 답을 내놨다. 김 감독은 “일단 실력이 있다. 그 외에 꼽자면 머리가 좋다. 공만 잘 던진다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조직 생활도 잘하고 다른 외국 선수들도 다 아우를 줄 안다”고 덧붙였다.

밴헤켄(38·넥센) 역시 2012시즌부터 6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밴무원(밴헤켄+공무원)’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시즌 도중 유턴해 12경기만 치렀던 2016년만 빼고 모두 가뿐히 두 자릿수 승수도 챙겼다.

그랬기에 4년 연속(2013∼2016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의 제1선발 자리는 늘 그의 것이었다. 7월 들어 밴헤켄은 두 차례 5실점 경기로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1일 SK전에서 7이닝 무실점 12삼진을 기록하는 등 최근 2경기 15이닝 1실점으로 넥센 에이스의 위용을 완벽히 되찾았다.

2016년 22승 니퍼트, 2014년 20승 밴헤켄처럼 ‘역대급 시즌’을 보여준 적은 없지만 LG 소사(32) 역시 KIA, 넥센, LG까지 세 팀을 거치며 한국 무대에서 6시즌째 ‘롱런’ 중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역설적이지만 “한 해 ‘반짝’하지 않는 것”을 소사의 롱런 비결로 꼽았다. 양 감독은 “일단 스태미나가 워낙 좋다. 욕심 같아서는 14, 15승 해주면 좋겠지만 꾸준히 10승을 하는 것도 쉽진 않다”고 말했다. 소사는 올 시즌 선발 등판 경기당 평균 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팀 사정에 따른 불펜 등판도 한 차례 했다.

다년계약이 불가능하기에 외국인 선수의 장수는 곧 한 해도 부진 또는 부상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 무대에서 6시즌 이상 뛴 외국 선수가 니퍼트, 밴헤켄, 소사, 나이트(넥센), 리오스(두산), 데이비스, 브리또(이상 한화) 등 7명뿐인 까닭이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에서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NC 해커(34) 역시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성공하면 내년에는 6시즌 연속 한국 무대에 서는 장수 외인 대열에 합류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장수 외국인 투수#두산 니퍼트#넥센 밴헤켄#lg 소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