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資건설 취소, 10년 준비한 기업 어쩌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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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협회 ‘SOC 투자 축소’ 긴급토론회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최근 10년 중 최저치로 줄어드는 등 정부의 SOC 투자가 급감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일부 구간 사업을 재정 사업으로 전환한 정부의 결정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채질했다. 건설업계는 3일 ‘긴급 토론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SOC 투자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20년까지 SOC 투자 연평균 6% 감소

이날 대한건설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국회에서 ‘SOC 투자 축소 긴급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가 급하게 마련된 것은 정부의 SOC 투자 축소 기조가 심각하다는 건설업계의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SOC 재정 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6.9% 줄어든 20조3000억 원 수준이다. SOC 예산은 지난해(23조7000억 원)부터 5년 연속 줄어들어 2020년엔 18조5000억 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일부 구간 사업을 한국도로공사 사업으로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원래 이 도로의 전체 노선(131.6km) 중 안성∼세종 구간(59.5km)을 민간 사업자의 제안을 받아 추진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재정 사업으로 전환했다. 건설업계는 “올 5월 적격성 심사도 통과했는데 2개월 만에 이를 뒤집었다. 10년간 준비해온 기업에 손실을 끼치고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건설업계에선 SOC 민자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반기(7∼12월) 건설업계 전망이 나빠진 만큼 대형 건설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의 ‘2017년 정기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건설업종만 구조조정 대상이 증가했다. 구조조정 대상인 C, D등급을 받은 대기업은 지난해 32곳에서 올해 25곳으로 줄었지만 건설업종은 6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 SOC ‘공간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SOC 건설에 대한 인식을 댐, 도로를 짓는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복지, 안전, 사회 네트워크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공간 개선사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태황 명지대 교수(국제통상학과)도 “SOC 투자를 국민의 주거공간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공간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SOC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건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시대도 인프라가 백업을 해줘야 하듯이 (SOC도) 정보화,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를 위해 SOC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건설된 국내 SOC의 평균 수명주기(40∼50년)가 다 돼 안전과 재투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2016∼2020년 실제 SOC에 필요한 투자 규모는 정부 예상(국가재정운용계획)보다 약 22조2000억∼47조200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연구원은 추산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정윤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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