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교사 교수가 변해야 교육이 바로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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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terview / 김희수 건양대 총장


“꼭 대학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기초지식을 쌓고 그 결과물이 자연스럽게 대학입시에도 이어지는 그런 고교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 자율형사립고와 외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묻자 김희수 건양대 총장(90)이 들려준 답이다. 그는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단계에 그치고 있는 고교 교육의 방향이 생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안과의사 출신의 대학 경영자다. 19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열었다. 당시 영등포구는 지금의 동작구에서 김포공항에 이를 만큼 넓은 지역이었다. ‘365일, 언제 찾아가도 문이 열려있는 안과’를 운영방침으로 삼아 ‘환자제일주의’ 철학을 구현했다. 오늘날 김안과병원이 동양 최대의 안과전문병원이 된 원동력이다.

그의 ‘고객(환자) 제일주의’ 철학은 남들이 은퇴할 무렵인 63세 때(1991년) 설립한 건양대의 운영 철학으로도 이어졌다. ‘교육은 열정을 가진 사람만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건양대를 설립한 그는 2001년부터는 대학을 직접 이끌며 남들보다 먼저 변화하려 노력했다. ‘교수가 바뀌지 않으면 학생도 바뀌지 않고, 학생이 바뀌지 않으면 대학도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에서다.

- 국내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옳은 지적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21세기 학생을 20세기 선생님이 19세기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말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에 딱 들어맞는다. 더는 과거와 같은 지식 전달형태의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사전 학습을 통해 준비해온 내용을 토론을 통해 배우고, 교수는 그 진행을 도와주는 역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AL(Action Learning) 수업, 거꾸로(Flipped) 수업 등을 늘려야 한다.”

- 학문의 융·복합이 시대적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건양대는 그런 시대적 흐름을 읽고 2012년 의료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의료공과대학’을 설립했다. 건양대병원을 바탕으로 의대와 공대를 결합한 것이다. 하나의 독립된 단과대로 의료공과대학을 설립한 건 우리 대학이 유일하다. 단과대 차원에서 진행되는 의학 및 공학의 이론교육과 대학병원, 연구소, 의료산업체 등이 자체 보유한 의료보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의료공대는 의료과학과 엔지니어링을 결합한 융·복합 의료공학·제약산업의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정진 중이다.”

- 일선 고교에선 진학률을 높이는데 급급한 나머지 학생들의 적성, 소질, 취향 등을 고려한 진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교사나 학생도 진로교육에 관심을 갖기 힘든 게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고교-대학 간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은 대학에서 볼 때 고등학생과 교사들에게 대학이나 학과를 알리고 학생유치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기회다. 학생들도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학과의 업무 체험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자연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 치대, 약대로 몰리면서 이공계 공동화와 국가적 인재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게 문제라기보다 직업적 소명이 없이 부와 지위를 좇는 세태가 더 큰 문제다. 우리 사회가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에 대한 처우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초중고와 대학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를 사회가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김 총장은 이 대목에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교에서 교육개혁이 일어나려면 선생님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줄 수 있는 교사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교육의 틀을 전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김 총장은 외고와 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서도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학벌주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자사고를 폐지해봤자 또 다른 지역 명문고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1979년 고향인 논산 양촌면의 한 중학교가 운영난으로 폐교할 지경에 이르자 인수해 1980년 중학교를, 1982년 양촌고등학교를 설립했다(현재 건양중·고등학교). “의사로서 성공한 이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육영사업에 ‘필(Feel)’이 꽂혔다”는 게 교육사업가로의 변신 계기다.

구순(九旬)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김 총장은 ‘총장오빠’로도 불린다. 건강비결은 뭘까.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하루 1만보 이상 걷는다. 25년째 거르지 않는 습관이다. 규칙적이고 절제하는 생활이 건강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이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상황. 김 총장에게 불쑥 “대학은 꼭 가야만 하나”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자신들의 꿈을 키워줄 교수가 있고,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학교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학생들은 오게 돼 있어요.”

손진호 전문기자 songbak@donga.com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교육#에듀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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