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떠나는 불교계… 禪 수행 중심으로 조계종 개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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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일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여는 안국선원 수불 스님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선원에서 만난 수불 스님. 그는 “세상은 더 맑아지고 다른 차원으로 변화하는데 불교만 거꾸로 자기 세계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며 “불교가 세상과 소통하면서 ‘가는 사람도 붙들고 새로운 사람도 올 수 있게끔’ 하는 종단의 변화가 지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선원에서 만난 수불 스님. 그는 “세상은 더 맑아지고 다른 차원으로 변화하는데 불교만 거꾸로 자기 세계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며 “불교가 세상과 소통하면서 ‘가는 사람도 붙들고 새로운 사람도 올 수 있게끔’ 하는 종단의 변화가 지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교도 과학보다 못한 가르침이라면 앞으로 도태될 것입니다. 불교계에서 밝은 지혜를 대중에게 전해주기 위한 선(禪) 수행자의 공부와 정진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불교의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온 수불 스님을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선원에서 만났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해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중이 더 떠나기 전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행자 중심의 집단으로 불교와 조계종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가 이끌고 있는 동국대 국제선센터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는 27∼28일 ‘세계 속의 선불교’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로버트 쇼 호주국립대 교수, 마크 블룸 미국 버클리대 교수, 라트네시 카툴칸 인도사회연구소 교수 등이 발표하고, 29일부터 6일 동안 강원 인제 백담사 선원에서는 수불 스님이 해외불교 학자 등 80명을 상대로 간화선 실참수행을 직접 지도한다.

수불 스님은 1989년 안국선원을 개원해 산사(山寺) 스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간화선을 재가불자들도 할 수 있는 대중적 수행법으로 확산시켰다. 그는 “수행은 도시든 산속이든 가리지 않는다”며 “내 몸이 있는 곳이 수행처소”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특히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간화선 수행을 권했다.

“불안함은 내 앞에 놓인 물리적인 벽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갇혀 있는 정신적인 벽이 얼마나 두껍고, 오래된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간화선 수행을 하면 ‘아, 이게 벽이었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깨닫죠. 마침내 그 벽이 한꺼번에 깨지는 순간 평생을 짊어진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아,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명이 요동치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수불 스님은 최근 수년간 불교의 신도 수가 300만 명이나 줄어들고, 출가자도 급감한 데 대해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 간화선 수행은 인류정신문화의 정화로서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미래사회의 대안으로 요청해오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한국 불교는 내부의 부패와 물질적 탐욕으로 인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조계종은 10월 최고 행정수반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수불 스님은 현재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권력의 집중화”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의 전통은 교구별로 분산된 존경받는 수행자들이 이끌어가는 것인데 권력이 지나치게 중앙종단에 집중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불 스님은 종단 개혁을 위해서 빛과 어둠을 한꺼번에 포용하는 ‘불교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어둠을 비춰서 밝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빛이 너무 밝으면 눈이 멀어버리죠. 생명이 손상되는 것은 지혜가 아닙니다. 지혜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동시에 비추는 힘입니다. 한쪽을 죽이거나 생명을 해치지 않고서도, 크고 올바른 가치관을 눈뜨게 하는 힘이 거기서 나옵니다.”

수불 스님은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종단이 앞서서 사회와 소통하고 미래에 대한 지혜를 제시하며 리드해도 부족할 판인데, 스님들이 불교 안에만 갇혀 종권 다툼에만 몰두하느라 손가락질 받는 데서 위기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종헌이 개정이 안 된다면 기존 방식대로 총무원장을 간선제로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계종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과감히 개혁하기 위해서는 선방 수행자들이 원하고 있는 직선제 종헌 개정 요구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조계종#수불스님#간화선 국제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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