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기호 인증샷’ 첫 허용… SNS 올리며 축제처럼 한 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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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7/대선 D-4]사전투표소 찾은 유권자 표정

“내가 찍은 후보는…”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의 ‘투표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기표 도장을 손의 여러 부위에 찍어 투표했음을 더 강조하기도 했다. 뉴시스·뉴스1
“내가 찍은 후보는…”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의 ‘투표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기표 도장을 손의 여러 부위에 찍어 투표했음을 더 강조하기도 했다. 뉴시스·뉴스1
“이러다 비행기 놓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90m 가까이 늘어선 줄을 보며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비행기 시간에 늦는 걸 걱정해서다. 하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는 기대감이 커 보였다. 김재혁 씨(34)는 “오전 10시 35분 비행기인데 투표를 하기 위해 계획보다 더 일찍 왔다”며 “50분 기다렸지만 그래도 투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사상 첫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투표소는 하루 종일 유권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 시작 전부터 줄을 서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투표소를 찾는 직장인도 많았다. 특히 이번 선거부터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하는 인증샷이 허용되면서 투표소 주변에서 ‘엄지 척’ ‘브이(V)’ 등 자유로운 손동작 포즈를 취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 예상 뛰어넘은 사전 투표 열기

이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새내기 유권자들의 마음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박모 씨(21)는 “스마트폰에 ‘D데이’라고 표시하고 이날을 기다렸다”며 “첫 투표 때 은근히 떨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약간 긴장된다”고 말했다.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박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역 군인인 이모 씨(24)는 어머니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3박 4일의 이등병 첫 휴가를 마치고 오후에 부대에 복귀하는데 기왕이면 투표를 하고 가려고 들렀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상윤 씨(53)도 사전투표를 마쳤다. 선거가 치러지는 9일 24시간 근무할 예정이라 이날 부인, 자녀 2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소방관 경찰관 등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 안위를 위해 노력하는 분야에 더 배려했으면 한다”며 “우리 아이들도 아빠를 생각해 이런 약속을 가장 잘 지킬 인물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전업주부 윤은경 씨(46)는 투표권이 없는 큰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윤 씨는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새기길 바란다”며 “아들에게도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체험하게 하는 기회가 돼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가수 보아와 혜리, 방송인 유재석 등 연예인들도 사전 투표에 참가한 뒤 다양한 인증샷을 올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도 이날 사전투표는 뜻깊었다. 미수습자 중 단원고생 4명은 만약 살았다면 이번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을 것이다. 전남 목포신항에서 5km 떨어진 북항동행정복지센터로 투표하러 가던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48)가 “3년 전 살아 돌아왔다면 이번 대선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을 4명의 아이가 세월호 안에 아직도 갇혀 있다”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자 같이 서 있던 가족들은 뒤돌아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미수습자 수습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적폐 청산과 튼튼한 안보 모두 중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8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불안한 안보 이슈를 해결해 줄 후보였다. 또 구체적인 공약 외에 정직성과 신뢰감 등 TV토론을 통해 드러난 후보자의 개인적 자질을 선택의 이유로 꼽은 사람도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 사저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 정명철 씨(40)는 “보수 정권의 4대강 사업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소규모 극단을 운영하는 정창석 씨(46)는 “블랙리스트로 고통과 불이익을 받은 수많은 동료들을 이해하고 문화예술계를 발전시킬 사람이 누구인지 고려했다”고 했다.

안보 이슈도 중요한 잣대였다. 이화여대 대학원에 다니는 민희정 씨(26)는 “개인적으로 국방 부문에 관심이 많아 안보관이 확실한 후보를 골랐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김선희 씨(45)는 “사회 불안 요소를 없애고 안보를 굳건히 해 줄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도 화두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박모 씨(54)는 “자녀가 20대인데 청년들이 취직을 못 하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최저임금 인상하고 사회복지 잘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투표 인증샷과 투표 독려 메시지가 올라왔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최대 500만 원을 주는 ‘국민투표로또’ 참여율도 뜨거웠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참여 인원이 8만5000명을 넘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김예윤 / 목포=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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