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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창덕]정경유착 아닌 정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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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창덕]정경유착 아닌 정경연대

김창덕 산업부 차장 입력 2017-03-31 03:00수정 2017-03-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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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부 차장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간판을 바꿔 단다. 한국기업연합회가 새 이름이다.

정관 변경과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등 절차가 남았지만 전경련이라는 이름은 곧 폐기될 운명이다. ‘정경유착의 핵심 고리’로 지목돼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전경련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고육책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전경련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관여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던 사회본부부터 폐지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한 기업 의견을 대변하던 경제본부와 산업본부는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 통합시켰다. 대기업 민원 창구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였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고위 임원 몇몇이 짐을 쌌고 남은 직원들도 인력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 전경련을 탈퇴한 곳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5곳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이라는 통로가 없으면 기업들도 불편하다. 하지만 더 곤란해진 곳은 정부와 정치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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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경련은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다. 5공 시절의 일해재단이 그랬고, 이명박 정부의 미소금융재단과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재단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차기 정권으로서는 충실한 대기업 컨트롤러를 잃게 됐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티타임 한 번 갖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너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지만 이대로라면 그토록 바라던 정경분리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행보가 이채롭다. 대한상의는 23일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5개 정당에 전달했다. 제언문 자체보다도 정경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경제인들의 시도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과거처럼 기업들의 ‘위시 리스트’를 드리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및 정치권이 재계를 경제정책 수립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게 결국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정경유착’은 버리되 ‘정경연대(連帶)’로 가자는 얘기다.

물론 손뼉은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박 회장도 “(대선 주자들이) 대답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이번 대선에는 ‘정권을 잡으면 기업부터 손보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후보들만 넘쳐난다. 자신이 개혁하려는 대상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정책을 논의할 만큼 통 큰 대선 주자가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지난 반년은 반(反)기업 정서, 반기업인 정서가 역대 가장 강했던 때”라는 토로가 자주 나온다. 대선 주자들의 행보도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다르다. 내 월급이 깎이길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경영진과 근로자가 다른 곳을 바라본다 해도 기업이 살쪄야 국민도 풍족해질 수 있다는 명제는 바뀌지 않는다. 정부 정책이나 법안을 마련할 때 재계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2002년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가장 성공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 관료도 정치인도 아닌 폴크스바겐 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에게 개혁을 맡긴 결과였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한 명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상의가 던진 화두에 대해 정치권도 답을 해야 할 때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한국기업연합회#정경연대#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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