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싸게 판다” 속여 2000만원 가로챈 10대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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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 김모 군(18)은 지난해 2월 서울 용산구의 한 PC방에서 학교 선배 A 씨(19)를 만났다. 선배는 일을 시키고 돈이나 먹을 걸 사줬다. “담배 하나만 사다 줄래”, “내 통장에서 돈을 뽑아 올래” 같은 잔심부름이었다. 게임 틈틈이 심부름을 하면서 많게는 하루 30만 원을 받았다. 받은 돈을 손에 쥐고 좋아하는 김 군에게 선배는 “매일같이 이 정도 벌 수 있다. 같이 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김 군은 선배가 알려준 대로 해킹업자에게 15만 원을 주고 네이버 ‘중고나라’ 아이디(ID) 100개를 샀다. 대부분 거래 이력이 많아 안전한 거래자로 평가받는 ID였다. 김 군은 중고나라에 올라온 게임기와 태블릿PC 등의 판매글을 복사해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날짜 등만 바꿔 다시 올렸다. 원본 내용보다 가격을 2만, 3만 원 싸게 올렸다. 허위 내용인 걸 모르는 누리꾼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글을 올린 날은 보통 30만~40만 원씩 벌었다. 김 군은 번 돈을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다 썼다. 아예 집을 나와 모텔에서 살았다. 같은 해 4월 영화를 보던 김 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었다. 김 군은 순순히 기다리던 경찰차에 올라탔다. 수사 결과 김 군은 중고나라에서 136명을 속여 2820만 원을 벌었다. 구속된 김 군은 구치소와 소년보호시설에서 10개월간 복역했다. 지구 끝까지 함께하자던 친구들은 아무도 면회 오지 않았다.

올해 3월 출소한 김 군은 ‘20년을 교도소에서 썩게 만들어야 한다’ 등 자신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을 확인하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는 “만약 친구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잘 판단해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을 수사한 용산경찰서 조주현 수사관은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앞으로 인생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인터넷 사기로 쉽게 돈 벌 생각을 하는 청소년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4월 2일은 사이버(Cyber)범죄 예방의 날. 사이버의 ‘사(4)’와 ‘이(2)’에서 따 온 말이다. 올해 3년째다. 2015년 1만2755명, 2016년 1만1400명 등 해마다 1만 명이 넘는 10대가 사이버범죄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 70% 이상이 인터넷 사기다. 수법이 단순하고 죄책감도 적어 유혹에 빠지는 10대가 많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청소년 사이버범죄를 줄이기 위해 ‘찾아가는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과 애플리케이션(앱) ‘사이버캅’ 등을 통해 예방 정보 제공을 확대한다고 30일 밝혔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조윤경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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