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 짬뽕 드세요… ‘싱거운 관악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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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4년째 ‘나트륨과의 전쟁’
관내 어린이집 48곳 식단 관리… 끼니마다 염도 측정 보건소에 보고
중식-일반음식점까지 동참 유도

28일 서울 관악구 구립은천어린이집 조리실에서 영양사 이순 씨가 배식에 앞서 국과 김치의 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28일 서울 관악구 구립은천어린이집 조리실에서 영양사 이순 씨가 배식에 앞서 국과 김치의 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구립은천어린이집 영양사 이순 씨(52·여)는 매일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일이 있다. 28일 한창 음식 만드느라 바쁜 이 씨가 갑자기 컵 모양의 작은 용기 2개를 내왔다. 그는 점심 메뉴인 시래기된장국과 김치의 국물을 조금씩 덜어 용기에 각각 담고는 대뜸 염도계를 꺼내 나트륨 농도를 측정했다. 국을 먼저 재고 염도계를 헹궈 다시 김치 국물을 측정했다. 시래기된장국은 0.40%, 김치는 0.47%가 나왔다. 일반 가정에서 먹는 국과 김치의 염도가 각각 0.8∼1.5%, 1.2∼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였다.

결과는 염도계의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이 씨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됐고 곧바로 관할 보건소에 보고됐다. 이 씨는 매일 이 같은 방식으로 음식의 염도를 측정해 보건소에 알린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런 낯선 풍경은 관악구가 시행하고 있는 나트륨 저감 사업의 일환이다.

관악구는 2013년부터 ‘저염(低鹽) 실천 어린이집’을 선정해 어린이집 나트륨 사용량을 관리하고 있다. 관내 285개 어린이집 가운데 사업에 참여하는 곳은 48군데. 6개월간 일정 기준의 염도를 유지하면 저염 실천 어린이집으로 선정된다. 최종 선정되면 나트륨 저감 관련 전문가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구에서 진행하는 영유아 프로그램 우선 참여권도 주어진다.

시행 4년째에 접어들면서 사업에 먼저 참여한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3년부터 참여한 김미정 구립은천어린이집 원장은 “짠맛에 길들여졌던 아이들이 저염 음식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면서 “아이들 입맛이 바뀌면서 엄마들도 소금을 적게 쓰는 쪽으로 조리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참여 어린이집의 평균 나트륨 사용량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관악구는 올해부터 저염 실천 시스템을 관내 중국집으로 확대해 짬뽕의 나트륨 함량도 관리하고 있다. 짬뽕은 나트륨 함량(1인분)이 4000mg으로 외식 메뉴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관내 중국집 94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짬뽕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이 3000mg을 넘는 중국집은 67곳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은 2000mg이다. 구는 나트륨 사용량이 일반 짬뽕의 30% 수준인 2800mg 미만으로 나타난 업소 14곳을 올해 ‘저염 짬뽕 음식점’으로 지정하고 나트륨 사용량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 이들 음식점 이름을 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식품위생 단속에서 적발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행정처분 경감 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구는 더 나아가 관내 일반음식점까지 대상을 넓혀 나트륨 사용량을 조사할 방침이다. 21개동 400개 음식점이 대상이며 8월까지 조사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동별 맞춤형 나트륨 저감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구민 건강을 위한 ‘나트륨과의 전쟁’을 구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관악구#나트륨#저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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